(3) '아름다운 마라톤' 2610명 기부금으로 '쉼터' 마련

베트남에서 제주로 시집 온 ‘하노이(가명)’씨는 두 번의 유산을 경험했다.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남편의 손지검이 문제였다. 3년 전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이 아이만은 지키겠다며 필사적으로 집을 뛰쳐나온 하노이씨. 하지만 오갈 데가 없어 또 한번 절망해야 했다.

그녀에게 쉴 곳을 내준 것은 제주이주민센터가 운영하는 이주민여성 쉼터 ‘쉴만한 물가’였다. 하노이씨는 이곳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쉴만한 물가 김산옥 소장은 “쉼터를 찾는 이주민 여성 대부분이 가정폭력을 피해 나온 여성들”이라고 했다. 찾아갈 친정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들에게 쉼터는 지푸라기 붙잡듯 기대고 있는 곳이다.

▲ 이주민 여성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는 '쉴만한 물가' 관계자들이 자신들에게 기부를 해준 '제2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베트남 음식을 정성껏 마련해 대접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하노이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걱정되지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주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쉼터가 있어 안심”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20명 정도의 또다른 하노이씨가 쉼터에서 살고 있다. 정원은 10명이지만, 차마 돌려보낼 수 없어 초과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임대비 걱정까지 덥쳤다. 제때 지불하지 못하면 쉼터 이주민 여성들은 다시 한번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상황이었다.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 바로 ‘제2회 아름다운 제주 국제마라톤대회’ 2610명의 참가자들이었다.

대회 참가비 절반과 이봉주 선수의 애장품 자선경매 수익금이 모여 총 2058만5195원의 기금을 조성했었다. 이중 절반이 서남아시아 수혜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됐고 나머지 절반이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주민여성들의 피난처에 쓰였다.

▲ 지난해 '제2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과 이주민 여성들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하노이 씨는 “저희에게 관심을 갖고 후원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미리 준비해 둔 인사말을 들고 나와 서툴지만 또박또박 읽었다.

지난 28일 제주이주민센터에서는 ‘제2회 아름다운 마라톤 대회’ 참가자 일부와 쉼터 이주민여성들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졌다. 이주민 여성들이 지내고 있는 쉼터의 초대였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기부자들에게 보고하고,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보고와 인사말을 전한 뒤 소박하게 준비한 베트남 월남쌈과 쌀국수를 대접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아름다운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건강을 위해 뛰었던 마라톤 대회를 통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뜻깊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데 감동받은 모습이었다.

▲ 지난해 '제2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 참가비 절반의 일부가 이주민 여성들의 피난처인 '쉴만한 물가' 임대비에 쓰였다. ⓒ제주의소리

2회 대회에서 5km에 참가했던 주제주 일본 총영사관의 도미 요시유키 씨는 “일본에서 건너온 결혼 이민자들은 종종 뵀지만 다른 나라 결혼이민자는 처음 봤다. 앞에 나와 눈물을 글썽이면서 얘기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10km 달리기로 2회 대회에 참가했던 강승철 씨 역시 “건강을 위해 뛰었던 마라톤을 통해 어렵게 지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게 됐다니 뿌듯하다. 달리는 데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산옥 소장은 “이곳 쉼터는 가정 폭력으로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곳이다. 이주민 여성들에게 친정 역할을 하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요구된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후원 문의=064-712-1140~1. 후원계좌=903827-51-006172(농협), 39-01-014484(제주은행), 873801-01-193629(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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