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손숙 공동대표
"제주 아름다운 마라톤 대회는 단연 특별한 대회"

  요즘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유난히 높은 것 같다. 물론 어느 시대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관심과 걱정이 없었던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사람들의 건강관리가 남다르다고 말하게 되는 건, 건강에 대한 정보가 어느 시대보다 많기 때문이고, 그런 정보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의 건강관리 방법이야 수만 가지가 넘겠지만,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것이 운동일 것이고, 특히 운동 중에서도 달리기만한 것이 없다. 가까운 공원에라도 나가보면 달리기나 걷기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다른 어떤 운동보다 손쉽게 할 수 있고, 그만큼 건강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걷기와 달리기처럼 인간에게 ‘가장 인간적인 행동’은 없다고 생각된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께서도 한 에세이에서 나이가 들면 보행의 자유만큼 절실하고 감사한 것이 없다고 하셨지만, 인간이 두 발로 걷고 뛰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걸으면서 생각을 하고, 걸으면서 행복해진다. 두 발로 걷고 뛰면서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인간에게 걷는 일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은 분명 지금처럼은 아니었을 것이다. 즉, 인간은 두발로 걷고 뛰면서 특별한 가치들을 만들어왔으며, 이를 가장 극대화한 것이 마라톤이다. 올림픽의 피날레가 마라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지난해 제2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 대회 기부금 전달식 모습. 대회 참가자들이 낸 참가비의 절반이 참가자 이름으로 아름다운가게 등에 기부된다.  ⓒ제주의소리

  그러나 나는 올림픽 마라톤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사실 좀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물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마라톤의 감동이야 대단히 경이롭지만, 그 먼 거리를 홀로 달리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TV를 보고 있는 내게도 어딘가 먹먹한 외로움이 전달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선수들에게 내 감정을 이입해 버린 엉뚱한 일이지만, 아마 나처럼 감상적인 사람이 마라톤 대회를 만들 수 있다면 좀 다른 대회방식을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함께 도란도란 참여하는 대회라던가, 달리기를 하면서 나눔이나 봉사를 실천한다던가 하는.

  그런데 이번에 마침 아름다운 제주에서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달리기를 통해 나눔도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내가 몸담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와 <제주의 소리>가 함께 내달 17일에 개최하는 ‘아름다운 제주 국제 마라톤 대회’가 그것이다.

  올해로 세 번째가 되는 이 대회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마라톤 대회 중에서도 단연 특별하다. 42.195킬로미터를 뛰는 건 마찬가지지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대회에 참가할 때 내는 참가비는 절반이 <아름다운가게>와 <김만덕 기념사업회>에 기부되는데, <아름다운가게>는 이 기금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로 매년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이웃들을 돕게 된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건강을 위한 달리기를 하고, 그 자체가 이웃을 위한 나눔의 시간이 되는 것이니까, 몸과 마음을 함께 풍요롭게 하고 여기에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건 덤이다.

▲ 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나는 이번 대회에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고자 하는 도전자들도 많이 참가하기를 바라지만, 더불어 건강을 위해서, 아름다운 제주를 만끽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 참여하는 분들도 더 많았으면 싶다. 올림픽처럼 뛰어난 한 사람이 신기록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함께 내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발로 걷고 뛰는 것처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도 드물지만,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 행동할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 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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