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만명 유치하려면...] 국내 항공사 협조 필수적
지자체도 하기나름...'전세기 인센티브'로 중국인 급증경험 선례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달 23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에게 '특별한 요청'을 했다. 우리나라 국적 항공기의 중국 계류(노선권) 허가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협조를 구한 것이다. 

중국이 자국 항공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기 노선을 그들 항공사 위주로 허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나설 일에 우 지사가 뛰어든 것은 밀려드는 중국관광객을 수용하려면 정기노선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제주-중국 직항 11개노선(10개도시) 중에서도 우리나라 항공사가 취항한 노선은 2개(북경, 석가장) 뿐이다. 나머지는 중국 항공사가 홀로 뛰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제주 여행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제주에 올 항공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최근 제주관광공사가 외국인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수도권의 여행업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선 중국인 뿐 아니라 미주, 동남아 사람들도 '제주여행이 쉽지않다'는 말들을 한다는 현지 상황이 소개됐다.

제주기점 국제노선은 중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3개나라에 16개 노선. 정기 노선이 11개, 부정기 노선이 5개다. 그 밖의 나라는 개설된 노선이 없다.

2008년까지 제주관광의 최대 고객이었던 이웃나라 일본은 제주기점 정기노선이 동경,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4개. 전세기까지 포함하면 16개 노선이지만 정기노선 말고는 승객이 미미하다.

제주기점 국제 직항노선의 운항편수도 2007년 5918편(도착기준)으로 정점에 달한 후 2008년 2971편, 2009년 2361편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들어 8월말까지는 1757편이 운항됐다.

일본의 경우는 그나마 있는 노선도 항공기를 작은 기종으로 바꾸는 바람에 관광객 유치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게 제주도의 분석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본이든 중국이든 좌석수만 늘려주면 탑승률을 높이는데 자신있다"며 항공사들의 협조를 바랐다.

제주기점 국내노선의 좌석경쟁 심화도 외국관광객의 제주행을 어렵게하는 요인이다. 제주에 오는 중국인 가운데 62% 가량이 국내 다른 도시를 경유하는 것만 봐도 외국인이 내한한 순간부터 제주에 오려면 한국인과 좌석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8월말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460만명. 지난해 407만명 보다 13.1% 증가했다. 내국인들의 제주 관광이 늘어난 것과 맞물려 외국인들의 제주여행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국내 항공사들은 외국인단체 관광객에게 블록을 내주는 것을 꺼려한다고 업계는 전했다. 여행사를 중시하는 오랜 거래 관행에다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보다 많이 유치하려면 국내 항공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외국인관광객 2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선 항공노선 확충과 각국 정부, 국내 항공사들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제주도의 자구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제주도는 한차례 소중한 경험을 했다. 무사증제도를 활용, 해외 노선에 전세기를 띄울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편 끝에 2009년 중국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관광객을 앞지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내 전세기 취항 노선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때를 같이한다.

그리고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8월말까지 중국관광객은 15만2608명, 일본관광객은 11만6562명이다. 정부에 기대지 않고 지방정부 스스로 뛴 결과여서 더욱 값진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또 한가지 파격적인 시도가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이 다음달 1일부터 인천-제주 노선에 중국인들만을 위한 전용기를 띄우기로 한 것이다. 항공사가 특정 국가 여행객만을 위한 항공기를 띄우는 것도 이례적이려니와 목적지가 제주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수익을 제일가치로 여기는 항공사의 움직임만 봐도 중국인들의 제주 선호도를 짐작케 한다. 전용기 취항에 따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들은 항공기를 갈아타기 위해 더이상  김포공항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다.

제주도가 항공업계 동향에 왜 주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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