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토론회, 선택과 집중 위한 새로운 리더십 주창…정치적 뉘앙스 짙게 풍겨

지방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이 "제주의 옛 영광을 되찾자"며 정치적 뉘앙스가 짙게 담긴 발언을 해 또 다시 주목을 끌었다. 

4일 오후4시 제주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오름회(회장 양인수) 주최로 '제주 미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놓고 벌인 제주발전대토론회.

제주도민들에게는 생소한 오름회 모임의 양인수 회장은 "서울에 살고 제주출신 40대들로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모임"이라고 소개하면서 "서울에서 모임을 갖는 것도 좋지만 직접 제주에서 고향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보자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이날 도민대토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자로는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과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그리고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이 나섰으나 관심의 초점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능성이 제기되는 현명관 회장으로 모아졌다.

▲ 오름회 주최로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주발전대토론회.
#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한 게 오늘날 제주경제 침체의 원인

지난달 27일 제주대 발전후원회장을 맡기도 한 현명관 회장은 이날 '제주도 경제발전뱡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과거 제주는 서울다음으로 잘 살았던 지역이나 지금 제주경제는 전국 최하위로, 너무 우울하고 고통스럽다"면서 "도민들이 힙을 합쳐 한 곳으로 역량을 집중한다면 과거 제주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이전 제주관광은 신혼여행의 메카였을 정도로 활황을 보였으며, 농수산물 개방이전 제주감귤은 대학나무라고 불릴 정도로 제주를 부자로 만들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그 당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농수산물이 개방되리란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에 대한 준비를 전혀 못해 왔던 게 오늘의 제주를 이렇게 만들었다"면서 "지금의 제주는 번영이냐 쇠퇴냐, 성장이냐 쇄락이냐의 갈림길에 섰으며, 이 문제가 더 진전되면 좌절감을 맛보도 자신감을 잃어 위기국면에 들어간다"고 진단했다.

▲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
그는 "제주가 다시 잘살기 위해서는 성공사례를 배워야 하며, 그 사례는 외국이 아닌 지난 40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경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면서 ▲억척스럽게 일할 수 있는 주인의식과 경쟁의식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염원을 한 방향으로 묶어 분출시킨 효율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기술력 확보를 들었다.

현 회장은 "이제 제주도민들은 제주도가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아닌 우리 것이라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하며, 왜 제주도에는 S프로젝트나 J프로젝트, 또 기업도시는 없는지 타 지역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심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지자체 예산만으론 잘 살 수 없어, 민자유치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현 회장은 또 "전국 1%도 안되는 도세로는 도민이 한 방향으로 우리의 역량과 관심을 집중해도 타 지역을 이길까 말까 한 상황에서 지금의 분열과 갈등이 계속된다면 제주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며 "도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고 도민들의 역량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은 차별화"라고 전제한 후 "제주의 차별화 전략은 관광과 1차산업, 그리고 특산품을 활용한 가공품에 모아져야 하며 더 이상 물류나 제조, 금융이라는 허황된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 많은 경험과 자본, 마케팅 능력이 있는 거인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한 곳을 찔러서 이길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바로 전술"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또 "정부가 자치단체의 몇 푼 안되는 예산만 갖고는 제주가 잘살 수 있으며, 행정이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민간자본이 투자해야 만 잘 살 수 있는 것이며, 민간자본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게 바로 제주도의 무기"라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 사회를 맡고 있는 현인택 고려대 교수와 현명관 회장, 원희룡 의원, 강창일 의원.
현 회장은 이어 "관광과 1차산업을 전략으로 한 제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고급두뇌 인재가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동북아에서 최고수준의 감귤연구센터와, 동북아 최일류의 관광전문학교가 제주에 있어야 한다"며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 회장은 마지막으로 "제주의 경제가 어렵고 몸부림을 쳐야 한다는 문제인식이 있는 한 제주는 발전할 수 있다"면서 "21세기 글로벌 경쟁전략을 만들어 도민 공감대 속에 도민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한다면 과거 제주의 영광은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당은 달라도 특별자치도 대환영, 도민 주체적 역량과 노력 있어야

원희룡 의원은 "노무현 참여정부가 밝힌 특별자치도 기본구상은 제주도를 홍콩과 싱가포르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획기적인 계획으로 정치적으로 당은 달리하지만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말을 꺼낸 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주도 스스로가 수용하고 활용해 나갈 준비와 역량이 있는지, 그리고 이번 특별자치도 결국은 말의 잔치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라면서 "그러나 이 좋은 계획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는 제주도 자신의 주체적 역량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최근 제주에서 진행하는 사업중 제주에어와 다음커뮤니케이션, 조지워싱턴 뷴교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 세가지 사업은 제주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그는 "제주는 관광이나 농업 등 좋은 인프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지부와 접근성 문제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동남아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 차원에서 제주에어는 제주를 경쟁력있고 매력있는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도민들이 제주에어 성공에 힘을 모아 줄 것을 주문했다.

원 이원은 이어 "자발적으로 제주에 옮겨 온 첨단산업 1호이자 제주이전 1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해야만 입소문으로 투자환경이 조성된다"면서 "'제주에 투자해 돈을 벌었으니 돈 번 기업이 지역에 베풀어야 한다'거나 '제주도에 왔으면 제주풍토에 맞추라'고 한다며 자신들이 볼모로 잡힌 느낌이 들어 제주에 오려는 다른 기업을 말릴 수도 있다"면서 타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다음을 부러워 할 정도도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제주에어, 다음 제주이전 , 조지워싱턴대 제주분교 반드시 성공시켜야

원 의원은 마지막으로 조지워싱턴대학 문제를 거론하면서 제주도가 이 문제를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워싱턴 방문당시 대학재단, 법률자문 로펌, 투자자문회사와 장시간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는 원 의원은 "국제적 자본이나 일류대학이 투자를 할 경우 그쪽의 입장과 논리가 있다"고 말을 꺼내고는 " 제주도는 조지워싱턴 대학이 돈을 싸들고 와서 직접 학교도 짓겠다는 것으로 혼자 달콤한 생각을 하는데 그쪽의 의견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희망사항만 앞서가다 보면 제주도는 또 다시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라며 제주도와 조지워싱턴대학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원 의원은 "제주도 스스로가 매력을 발산해 조지워싱턴대학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지 지금처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워싱턴 대학 제주분교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그들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실무적 뒷받침이 준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중앙정부 더 이상 제주도에만 특혜 주지 않아

▲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제주도민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강 의원은 "과거 제주도는 춥고 배고팠지만 그렇다고 흉년이 아니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심오하고 원대한 사유체계를 갖고 있었으나 최근 제주사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은 제주도의 대한민국이 아니며,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한 자치단체에 불과하다"고 말을 시작한 강 의원은 "과거에는 제주도에 각종 특혜를 줬지만 이제는 제주에는 특혜가 아닌 기회가 있을 뿐이며 그 기회는 전라도와 부산 충청도 등 모든 자치단체에게 주어지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의 제주특혜가 사실상 사라졌음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제 제주도만 특혜를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통하지 않으며, 제주에 특례는 줄 수 있어도 정부가 제주도에만 특혜를 주지는 못한다"면서 "이제는 제주도의 얼굴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들의 얼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중앙정부 고위공직자 2~3명에 불과, 인재양성하고 도민 역량 모아 나가야

강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은 가히 제주파라다이스라고 명명할 정도로 많은 특례와 특혜를 보장해 주고 있으며 국제자유도시도 특별자치도에 비하면 하위가치에 지나지 않을 정도"라면서 "지금 구체적인 기본구상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타지역의 반발우려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문제는 과연 우리가 제대로 살려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 그릇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솔직히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의 장관회의에서도 '과연 제주도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고 소개했다.

강 의원은 "우리가 특별자치도를 제대로 못할 경우 또 다시 국제자유도시처럼 구호에 끝날 가능성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주도민들이 고민하고 지혜를 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제주도가 이처럼 힘이 없다는 것은 국회에 가서 처음 느꼈다. 중앙행정부에 제주출신 3급이상 공무원은 2~3명에 불과해 예산 확보를 하려고 해도 엄청나게 어렵다"며 "도세는 1% 이지만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는 1%는 물론 아예 텅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산을 얻기 위해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강 의원은 "앞으로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재를 키워야 하며, 제주도민들이 똘똘 뭉쳐 대외적으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제주도민의 힘으로 우리의 얼굴을 그려나갈 때만이 특별자치도가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