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도, 그렇다고 성인도 아닌 촘살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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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민등록번호이다. 현재 나의 신분은 대학교 1학년생. 하지만 아직 청소년이다.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3월1일 이전이면 그 전해에 태어난 사람들과 같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이다.

대학 신입생이면 으레 그렇듯이 환영회다 MT다 개강파티다 하면서 여러 술자리가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술자리가 있는 술집의 연령제한은 만 19세. 술자리뿐이 아니다. 노래방이나 만화방, 카페 같은 곳의 10시 이후의 출입 가능한 나이 역시 만 19세이다. 아! 법이 바뀌어서 만 19세가 아니라 20세이면 다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나 같은, 소위 말하는 '촘살'은 어찌 해야 하는 걸까?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인의 신분도 갖지 못한 채 중간에 끼어 1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촘살들…….

내 주위에도 나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많다. 유난히 지금 내 또래에 그런 친구들이 많이 있는듯하다. 낮에는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놀지만 밤만 되면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내쫓김을 당하지 않을까, 비슷하게 생긴 친구 녀석의 주민등록증을 빌려볼까, 외워둔 친구 녀석의 주민번호를 까먹진 않았을까. 등등. 몰론 불법적인 생각들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너무 큰 고민이다.

학교는 일년 빨리 입학할 수 있게 해 놓고선, 지금까지 한살이라는 나이차이 없이 그냥 동갑으로 지냈던 친구들과 차별 대우 받는 건 너무 슬픈 현실이다. 차라리 학교를 일년 빨리 입학하게 해주질 말던지, 아님 그에 따른 마땅한 법을 제정해 주던지 말이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본적이 있다. 오는 2007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기준일이 1월 1일로 바뀌어 1, 2월생이 같은 나이 어린이보다 1년 앞서 학업을 시작할 수 없게 된다는 뉴스였다. 그 뉴스를 보고 더 분통이 터졌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바뀌는 것이 당연 스러운 것 같다. 적어도 2007년부터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내 나이쯤이 되어 이런 슬픈 현실을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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