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규의 의학칼럼]시력 떨어지고, 시야 흐려진다면 병원 찾아야

경비원 강 모(62)씨는 요즘 헛것을 자주 본다. 어제는 아파트 순찰을 돌며 차량번호를 확인하는데 차량 한대의 번호판이 검정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시커멓게 보였다. 또 얼마 전에는 길을 건너는데 반듯하게 그어진 횡단보도가 구불구불하게 보여 걸음을 멈췄다. 강 씨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안경을 바꿔봤지만 증상은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

강 씨는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 황반변성은 단순 노안 증상으로 착각하기 쉬운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실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에서는 연간 1000만 명 이상에게서 발병한다.

◆ 당신의 시야가 흐려진다면? 황반변성 의심해라!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신생혈관에 의해 망막 가운데에 위치한 누르스름한 반점인 황반이 손상돼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우리 눈 뒤쪽에 위치한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처럼 사물의 상이 맺히는 곳. 특히 ‘황반’은 망막에 있어서도 중심 부위에 위치하며 빛 자극에 반응하는 중요 세포가 밀집돼 있어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곳이다. 황반변성은 이미 서양에서는 노인 실명 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황반변성은 중심부 시야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중심부에 갑자기 암점이 생긴다거나 찌그러져 보이거나, 휘어져 보인다. 또한 시력 저하가 동반된다. 이처럼 중심부 시야에 문제가 생기거나 시력이 저하된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 황반변성 현상ⓒ이대규 제주대교수

◆황반변성, 삶의 질 지수 낮추고, 사회적 비용 손실 커 = 최근 한국망막학회가 연구하고 있는 황반변성 환자의 삶의 질 데이터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삶의 질 지수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에서도 황반변성 환자는 뇌졸중으로 10년째 거동을 잘 못하는 뇌졸중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삶의 질로 조사돼, 황반변성 환자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고 있다.

광주 이연안과 망막 전문의 김영덕 원장은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손상되면 평범한 일상생활마저 불편해지기 때문에 세상을 보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즐거움을 박탈당하게 된다”며, “눈이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고, 눈에 이상이 있을 때 단순한 노안이나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고 방심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국제습성황반변성연합회가 관련기관에 조사를 의뢰해 지난 3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시각장애의 사회적 비용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각 장애의 질병 부담 추정액은 2010년 기준 410조원, 2020년 470조원으로 나타나, 황반변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손실 또한 만만치 않게 큰 것으로 조사됐다.

◆ 황반변성 원인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가장 큰 원인은 노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외 흡연, 고지방, 고열량 식습관, 스트레스, 비만, 심혈관계 질환, 가족력, 인종 등 여러 요소들이 황반변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자외선의 과도한 노출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황반변성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인 고지방, 고열량 식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조기에 적절히 치료 받으면 실명 위험 벗어날 수 있어 = 황반변성의 치료에는 주사제와 레이저 치료, 광역학 치료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레이저나 광역학 치료는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상실의 속도를 늦추거나 이미 손상된 시력을 유지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사제 ‘루센티스’는 다른 치료법과는 달리 손상된 환자의 시력을 회복시켜준다. 2009년 8월에는 ‘루센티스’에 대한 보험 급여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재 루센티스는 5회까지만 보험 적용이 돼 해당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반변성환우회 조인찬 회장은 “환우회 회원들 중에서도 루센티스 치료로 시력이 호전된 환자들이 있다”며 “더 많은 환우들이 치료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보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황반변성은 위험성을 인식하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위와 같은 치료법을 통해 늦지 않게 치료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는 질환이다. 광주 이연안과 김영덕 원장은 “황반변성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수주 혹은 수개월 내에 실명할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른 질환이다”라며, “발병 자체를 줄이고 중장년층으로의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여 시력 손상을 막고, 시력 유지 및 회복에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 정기적인 자가검진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황반변성 예방 = 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도 정기적으로 진단해 보는 것이 좋다. 한국망막학회는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통해 ‘황반변성’을 스스로 자주 진단해 보길 권하고 있다.

▲ 황반변성 현상ⓒ이대규 제주대교수

▲ 이대규 제주대 교수ⓒ제주의소리
먼저 위의 [A] 모양의 바둑판을 밝은 빛 아래에서 33cm 정도 띄우고 바라본다. 평소 안경이나 콘텍트 렌즈를 착용한 사람이라면 벗지 않고 그대로 검진에 임하면 된다. 한 쪽 눈을 가리고 격자의 중심점을 똑바로 쳐다 본다. 다른 쪽 눈도 똑 같은 방법으로 해 본다.

만일 [B]의 그림과 같이 격자가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에 있는 점이 잘 보이지 않고 초점을 맞추기 어려우면 황반변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또 선의 중간 중간이 끊어져 보여도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증상이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이대규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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