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희로애락에 얽매일 필요가 없나보다

두보초당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봄에 온 만리타향의 나그네는
언제나 난이 그쳐 고향에 돌아가려느냐.
강둑에 저 기러기
높이 날아 북으로 날아감에 애간장이 끊어지누나.

시성詩聖 두보가 청두成都에서 지은 시입니다.
두보는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꼴불견으로 일어난 안사의 난을 피해
청두 교외의 환화시浣花溪 언저리 환화초당浣花草堂에 머물면서
곤궁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위 시에서도 봄은 오고 기러기는 북(고향)으로 돌아가는데
자신의 기약 없는 막막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 ⓒ제주의소리

그러나 두보의 전 생을 놓고 보면
이 시절이 가장 평온하였다고 합니다.
후에 이러저런 도움을 받아 관직도 오르지만
결국 그의 삶은 양자강을 따라 흐르다 병사했다고 합니다.

평화로운 삶이란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보면 그 때였다고 얘기할 뿐인 것 같습니다.
두보초당을 방문해 보면 생각보다 큰 규모와 화려함을 갖고 있습니다.
후대에 그를 흠모하는 이들이 넓혀놓은 것입니다.
정작 그가 살았던 집은 소박한 초가입니다.
그러기에 삶은 그냥 살아갈 뿐
너무 희로애락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것인가 봅니다.
고통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것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오성 스님 글.사진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