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0-1 가파도올레①〕상동포구-가초등학교까지 2.1km

▲ 청보리 길 청보리 축제에 만든 길 ⓒ 김강임

섬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의 마음 같았을까. 서귀포시 모슬포 앞마다에 잔물결이 일었다. 마치 여행자의 마음 같은 파문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5.5km 떨어진 섬 가파도. 가파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다는 섬이다. 다리 하나 놓으면 10분이면 달려갈 수 있는 섬이련만, 배를 타야 건너갈 수 있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리움을 품을 만하다.

▲ 삼영호에서 모슬포항-가파도 가는 정기여객선 삼영호 ⓒ 김강임

9월의 마지막 주말 오전 11시, 모슬포 항에 삼영호가 도착하자 여행객들이 술렁였다. 11시에 떠나는 삼영호는 마라도를 거쳐 가파도 가는 정기 여객선. 하지만 이 배는 95%가 마라도로 떠나는 사람들이었다. 이 배에 탄 사람 중 가파도로 떠나는 사람은 오전 9시에 떠나는 가파도행 여객선을 놓친 사람들이다. 1, 2층을 이룬 꽉 채운 여행객들은 바다만 바라봤다.

승선한 지 30분이 지나자 마라도에 도착했다. 마라도 가는 사람들이 빠져 나가자, 삼영호에는 마라도에서 가파도 가는 사람들과 가파도를 거쳐 모슬포로 들어가는 여행객들로 물갈이됐다.

낮 12시, 뱃고동 소리가 들리더니 삼영호가 가파도 상동선착장에 뱃머리를 댔다. 가파도에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제주올레 10-1코스를 걷기 위한 올레꾼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운동화를 신고 모자를 쓴 사람들은 가파도 섬길을 걷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들을 기다렸을까.

상동포구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가파도 해안선 길이는 4.2km, 섬의 최고점이 20.5m인 점을 감안하면 가파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섬이라는 말이 짐작간다.

▲ 가파도 사람들이 사는 집 모슬포 항을 바라보는 가파도 집들 ⓒ 김강임

그런데 상동마을 사람들은 제주 본섬을 그리워하고 있나 보다. 가파도 집들은 모두 모슬포항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개민들레 몇 포기, 돌담에 뿌리 내린 강아지풀, 섬에서 늙어가는 보랏빛 야생화, 돌담을 칭칭 감고 있는 작두콩 꽃, 그리고 해안선 올레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는 소라껍질과 고동껍질, 이것이 가파도 상동마을 올레의 전부였다.

▲ 가파도 올레 가파도 올레 ⓒ 김강임

가파도 사람들은 어디 갔을까? 섬마을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올레를 돌고 있는 올레지기뿐. 다만, 무리 지어 길을 걷는 올레꾼들의 이야기 소리가 가파도의 가을을 열고 있을 뿐이다.

▲ 할망당 무사안녕을 비는 할망당 ⓒ 김강임

섬사람들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할망당. 해안도로에서 바다쪽으로 둑을 쌓아 돌무더기를 만든 이 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상동마을 할망당 아래 하얀 포말이 일었다.

▲ 장택코 정자 장택코 정자 ⓒ 김강임

가파도의 돌은 특이하다. 제주도 돌이 구멍숭숭 뚫린 현무암이지만 가파도 돌은 바다돌. 때문에 뚫린 구멍도 특이하며 크고 작은 동글동글한 바다돌이 특별했다. 때문에 켜켜이 쌓아 올린 돌담은 정겹다. 특히 돌담 높이가 제주본섬 돌담 높이보다 조금 높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바람을 파하기 위한 가파도 사람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었다.

가파도 271번 길, 3m 정도 되는 올레 폭은 시멘트로 포장이 된 길이다. 우영밭에는 그저 잡초가 무성했다. 집 서너 채가 서로 마주하며 외로움을 달래주지만, 지붕이 날아 가고 창이 깨진 폐가는 올레꾼들에게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소라껍질 올레 해안올레 ⓒ 김강임

가파도 올레에서 올레꾼들의 아지트는 해안도로 정자, 장택코 정자는 도심의 높은 빌딩 전망대보다 더욱 값진 곳이다. 정자에 털썩 주저앉으니 바다 위에 앉아 있는 기분, 사방이 바다, 가을하늘, 가파도의 바람을 실컷 들이 마실 수 있는 곳이 바로 장택코 정자가 아닌가 싶었다. 잠시 정자에 누워 있으니 제주의 수호신 한라산과 산방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뚝 솟아 화산의 터를 직접 조망할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이었다.

▲ 제주올레 표지판 가파도해안도로 올레표지판 ⓒ 김강임

▲ 냇골챙이 올레 마라도가 보이는 냇골챙이 올레 ⓒ 김강임

드디어 바닷길 올레가 열렸다. 동글동글 몽돌을 밟고 시야 속 마라도를 보며 걷는 가파도 바닷길은 소라껍질과 고동껍질이 많다. 아삭아삭- 소리에 뒤돌아보니 파도소리뿐.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해안선 돌담에 꽂혀있는 올레 이정표와 야생화길이 눈물 나게 호젓하다.

▲ 가파도 돌 가파도의 돌은 특이하다 ⓒ 김강임

냇골챙이 올레에 접어들었다. 국토의 최남단 섬 마라도를 품에 안고 걸을 수 있는 고냉이돌길-냇골챙이올레, 그 길은 가파도 올레만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조각배 같은 가파도를 뒤로하고 황톳길을 걸으니 초원 너머로 가파초등학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상동포구에서 가파초등학교까지는 2.1km. 가을 햇빛이 가파초등학교 옆 고구마 밭에 내려앉았다.

▲ 가파도올레1 가파도 올레1 
ⓒ 김강임  가파도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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