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마라톤대회] 2년째 자전거 기부 '제주하이킹' 현승도 대표

▲ "봉사는 내가 심취해 있는 종교"라고 말하는 현승도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성공하면 저들을 도와야지’

폐지를 주워 손자들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 등이 굽은 할머니, 어려운 살림에 큰 병치레로 매일 눈물만 흘리고 있는 이들…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던 현승도(44.제주하이킹 대표) 씨는 함께 TV를 보던 가족들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성공하면, 저들을 꼭 도와야겠다…'

하이킹 여행의 '붐'이 시작되던 1990년대 초반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열었던 현 사장은 성공을 위해 패달을 밟기에 바빴다.

야심차게 제주지역에서 최초로 인터넷과 연계해 하이킹 코스를 안내하던 곳이었다. 빚을 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는 봉사에 대한 열망이 있던 그에게 TV 속에 나오는 봉사자들만큼 “존경스러운 사람들”은 없었다.

성공을 위해 달려오던 현 씨가 소원하던 봉사를 실행에 옮긴 것은 8년 전.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을 전제로 했던 봉사는 오히려 심각한 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현 씨에게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과 같은 병인 ‘뇌하수체 종양’이 생긴 것이다.

현 씨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니 ‘성공’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어느 정도가 성공인지 모르겠더라. 아직도 빚은 많지만 노력하면 청산할 수 있는 범위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봉사와 나눔은 성공과 상관 없이 인생이 가장 뜨겁게 느껴지는 순간 실행에 옮겨졌다.

8년째 그는 봉사에 심취해 살고 있다. 봉사단체인 라이온스 클럽에 가입해 각종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고, 개인 봉사 활동도 틈날 때마다 하고 있다. 후원금을 전달하는 복지단체도 여러곳이다.

그러다보니 봉사와 나눔에 대한 철학도 생겼다. “현장에서 직접 뛰는 노력 봉사가 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재활원에서 6년간 목욕과 청소 봉사를 해온 그는 “연말마다 보내오는 사과와 배 박스는 재활원에 누워있는 이들에겐 필요 없는 것들이다. 선생님들이 나눠 먹을 뿐 진짜 필요한 도움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도움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선 ‘현장’에서 이웃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직접 봐야한다는 것.

이런 예는 또 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로터리클럽에서 지난해 겨울 용담동 8개 마을 청년회장, 수의과학검역원들과 함께 용담동에 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일러 기름’을 넣어주기로 했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현장’에서 그들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이들은 보일러 없이 스티로폼을 깔고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보일러가 있더라도 수년간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아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10만원 어치의 기름보다 5만원의 현금을 원했다. 현 씨는 “현장 봉사는 나눔에 대한 또 다른 개념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봉사는 나만이 심취해 있는 종교”라고 말하는 현 씨는 지난해 부터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자전거를 기부해 오고 있다. 나눔과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취지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전거 5대를 또다시 기부했다.

사실 현 씨의 사업은 요즘 조금 어렵다. 걷기 열풍에 스쿠터 여행 유행까지 겹쳐 자전거 여행객이 많이 줄어서다. “기부 자전거가 줄어 쑥스럽다”면서도 현 씨는 “어려운면 어려운데로 꾸준히 동참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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