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돌아올 때는 또 떠날 기약을 합니다

이제 여행의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어린왕자가 되어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내 고향은 평화로워 보입니다.
푸른 들녘에 이리저리 난 길 따라
형형색색의 작은 집들과
마늘이며 김장 배추와 유채의 싹을 틔우고 있는 밭들
지구별의 혜택에 기생한 우리네 삶
쉼을 주는 저 땅에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 중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청두에서 본 공연은 떠나온 집을 그리워하게 했습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언제나 돌아올 때는
또 떠날 기약을 합니다.
여행지에서는 집을 염려하고
돌아와서는 떠날 날을 그리워합니다.
그러기에 늘 불만족한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이리 인연의 끈이 맺어진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리 살아온 것을
하나, 한 생각 돌려서
머문 자리에 생각도 머문다면
함께하고 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고
떠나고 돌아올 곳이 있음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향 제주도는 평화로워 보입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 스님

최종, 여행의 목적지는 삶을 마감할 때 일 것입니다.
그것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지금 여행을 끝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지만
오늘이 어제와 다르지 않듯
이생의 마지막 모습은 다음 생에도 계속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지금의 자리에서
저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움트는 생명의 소식을 알아차려야 하겠습니다.
다가올 겨울이 춥겠지만
겪어야 봄이 옴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글.사진=오성 스님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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