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려면 걸어라, 진짜 오래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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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에 숨어있는 11.1㎞ 진짜 흙길, 장생의 숲길

▲ 장생의 숲길 삼나무 숲길 ⓒ 김강임

▲ 흙길 장생의 숲길 ⓒ 김강임

한로가 지나니 가을이 깊어졌다. 지루했던 여름 끝에서 만나는 가을, 청정한 공기와 적당한 햇빛, 숲향기 그윽한 진짜 흙길을 걸어 보았다.

제주시 봉개동 산 78-1번지. 지난 여름 유명세를 탔던 제주절물자연휴양림에 가면 삼나무 숲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 이름하여 장생의 숲길. 장생의 숲길은 이름 그대로 '길을 걸음으로 해서 장생 하는 길'이다. 과연 그 길은 어떤 길이기에 주말마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일까.

제주시 봉개동 사거리에서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가는 오르막 도로에 안개가 살포시 끼어 있었다. 물안개 지역을 벗어나 도착한 곳이 제주절물자연휴양림. 안내하는 직원들의 갈옷이 친근해 보였다.

▲ 흙길 장생의 숲길 ⓒ 김강임

▲ 구부러진 나무 장생의 숲길 ⓒ 김강임

휴양림 입구에서 30m 정도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난 흙길이 있었다. 그 길이 바로 11.1㎞를 여는 장생의 숲길 입구. 수목원을 연상케하는 크고 작은 숲 속에 갖가지 장승이 나그네를 맞이했다. 미로처럼 엮어진 흙길, 도대체 이 초라한 흙길에 무엇이 숨어 있기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걷는 걸까.

울퉁불퉁한 검은 흙길은 볼품이라곤 없었다. 길 옆으로 한줄로 세워높은 돌이 바로 숲과 길의 경계선. 20분쯤 걸었을까. 아름드리 쭉쭉 뻗은 삼나무가 빼꼭하다. 삼나무와 삼나무 사잇길은 직선이 아니라 모두 구부러진 길이었다. 삼나무 꼭대기에서 달려있는 가을 햇빛이 흙길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희끗희끗 보이는 가을햇빛은 양치식물은 돌틈에서 자라나는 양치식물에도 적당한 햇빛을 준다. 적당한 햇빛과 적당한 숲 그리고 적당히 불어오는 해풍, 피톤치드 방출하는 삼나무, 사람들은 이 길이 바로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길이다'라고 말한다.

▲ 버섯류 나무에 공생하는 버섯류 ⓒ 김강임

입구에서 3㎞를 걸으니 노루길, 곶자왈을 연상케 하는 숲지대가 나온다. 등에서 땀이 흐른다. 때죽나무와 산뽕나무 어우러진 길에 야생 버섯류와 이끼가 숲길에 초대되었다. 하늘을 찌를듯한 소나무 끝에 파란하늘이 조각보처럼 보이는 순간, 뭉게구름이 가을 해에 옷을 입힌다. 갑자기 숲이 캄캄해졌다. 소나무와 삼나무가 밀집되어 있는 흙길은 어두컴컴하다. 한낮에 흙길에 내리는 어두컴컴한 어둠. 갑자기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  연리목 일명 사랑나무라는 연리목 ⓒ 김강임

▲쉼터 연리목 옆에 있는 쉼터 ⓒ 김강임

연리길을 걷다보니 아주 특별한 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사랑나무'라 일컫는 연리목은 고로쇠나무와 산벚나무가 합쳐진 나무, 서로 다른 나무가 합쳐져 하나의 나무를 이루고 있는 연리목은 서로 가깝게 자라는 두 나무 줄기가 몸이 합쳐져 한 몸을 이룬 나무다.

때문에 이 연리목 주변에는 사랑을 꽃피우려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삼삼오오 흙길을 걷다 피로를 풀기 위해 발길을 멈춘 나그네들이 땀을 식히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숲 카페이기도 하다. 검은 흙길에 가을이 날아왔다. 흙길에 떨어지는 참나무 이파리, 흙길에도 가을이 오기 시작했다.

▲ 해송 하늘을 치솟는 소나무 ⓒ 김강임

숲길에서 가장 거친 길은 오름길과 내창길, 7㎞ 이상을 걸다보면 '왜 이 길이 장생의 숲길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반듯하고 휘어지고 구부러진 나무 사이를 3시간 이상 걷다보면 11.1㎞ 흙길 막바지길에 이른다.

흙과 돌, 나무가 범벅이 된 숲, 입구에서 길끄트까지 진짜 흙길의 묘미를 감상할 수 있는길, 장생의 숲길이야말로 인내하고 기다리며, 사색하고 휴식하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여름내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제주절물자연휴양림 장생의 숲길,
11.1km 진짜 흙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리더군요.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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