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도 타깃이다

9월 29일 미 하원이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통상법안은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된 만큼 상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에 대해는 이견이 많았다. 심지어 미국의 통상대표부를 이끌었던 미키 캔터(클린턴 행정부)와 수잔 슈왑(부시 행정부)같은 전문가들 마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입법을 통해서 보다는 시장접근적인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의회가 대 중국 환율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연방준비은행 버냉키 총재는 다음달부터 제2의 양적 완화(QE2 ; Quantitative Easing2)를 기정사실화했다. 2년 전 금융위기 발발 이래 금년 3월까지 총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재무부 증권, 모기지 증권 등을 시장 매입함으로써 유동성을 크게 증가시켰는데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필요한 만큼”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약 1조 달러를 내년 말까지 투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하락은 당연하다.

외환보유액 증가의 이유

달러의 가치하락은 미국의 교역 상대국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이것을 막기 위해 많은 경우 이들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시장에 내다팔고 달러를 사들임으로써 외환시장에 개입해왔다. 이러한 대응 행위는 그 나라의 외환보유액을 증가시킨다. 전세계의 외환보유액은 1999년1월 1조6000억달러였던 것이 금년 5월 현재 8조3000억달러로 5배 이상 늘었다. 그 중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조4000억달러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이 금액은 중국의 연간 GDP의 거의 절반의 크기다.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 행위의 증거로 중국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증가를 들고 있음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QE와 다른 나라들의 외환시장 개입은 서로 원인과 결과로 맞물려 있다. 최근 주요 국제회의장에서 환율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와중에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사람은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다.

그는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하지만 과도한 환율의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중국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은 것은 근원적인 것이다. 이에 관해 HSBC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픈 킹(미국의 저명한 소설가와 동명이인)의 지적이 적절해 보인다. 미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연 4만달러, 이에 비해 중국은 3000달러로 중국상품의 경쟁력은 방대한 낮은 임금의 노동과 첨단 기술의 만남에 있다. 이것은 환율로 생기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결의 출발은 중국의 경쟁력을 인정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시켜 중국의 경쟁력을 말살시키려는 노력은 무모할 뿐 아니라 시장역행적이다. 또한 환율의 조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조지 소로스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 기고를 통해 연 10%를 중국이 감내할 수 있는 속도로 제시하기도 했다.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중국 자본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의외로 적다. 중국은 금년 8월에야 비로소 자본시장을 극히 일부분 개방했다.

중국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한 8개 나라(우리나라 포함) 중앙은행에 한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매입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외국인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조치는 자연스럽게 위안화 절상을 이끌 것이다.

환율 논쟁의 타겟에 중국만 있지는 않다. 가이트너 미재무성 장관은 싱가포르, 타이완,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동참이 중국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필수조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원화도 타깃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우리나라는 2008년 한해를 제외하곤 과거 10년간 매년 평균 15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일본과 중국의 통화는 각각 27.2% 및 9.7% 평가절상됐으나 유독 우리나라만 26.7% 평가절하(환율 인상)됐다.

외환보유액도 2000년 말 962억 달러에서 작년 말 2699억달러로 급증했다. 이 중 상당부분이 원/달러 환율안정을 위한 시장개입의 결과였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다음달 서울 G20 정상회의는 새로운 환율 레짐(regime)을 찾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마침 의장국으로서 숨을 곳이 없다. 숨을 곳이 없으면 주도해야 하고 과감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 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