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서귀포시장·제주시의회 혁신안 반대선언…시군의장단 20일 회동

행정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제주도와 시군, 그리고 도의회와 기초의원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태환 지사가 지난 8일 행정자치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공식 건의한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기초단체장, 그리고 시군의회에서도 '주민투표 중단'과 '혁신안 반대'의견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점진안과 혁신안을 놓고 치러질 주민투표를 놓고 행정개혁위원회의 건의를 수용해 법적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제주도와 도의회, 현행 두 가지 안을 놓고 주민투표에 부칠 경우 도민갈등만 심화된다며 이에 반대하는 시군과 기초의회가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정면충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강상주 시장, 손해가 불을 보듯 뻔 한 계층구조개편 왜 하려는 지 납득 안 돼

강상주 서귀포시장이 13일 도내 일간지 '특별기고'를 통해 혁신안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데 이어 송태효 제주시의회 의장도 이날 시의회 정례회 개회사를 통해 점진안 지지를 선언하고, 주민투표 중단을 촉구했다.

강 시장은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더라도 시군폐지로 인해 제주도가 손해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의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 없이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상당히 (도민들이)우려하고 있다"면서 "제주도의 엄청난 손해, 즉 지방자치의 후퇴, 국민 기본권인 참정권의 제한, 지방재정의 감소, 공무원 수의 감축 등 불을 보듯 뻔 한 불이익이 보이는데 왜 특별자치도와 병행 추진하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혁신안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제주시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송태효 의장의 이날 개회사는 강 시장의 의견보다 한층 강경했다.

# 송태효 의장, "도민사회 갈등 부추기는 주민투표 중단, 경제회생에 전력해야"

송 의장은 "5.16 군사혁명으로 30년 동안 동면했던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4년 만에 행정계층구조 개편으로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제주시의회는 국민의 고유권한이 참정권과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말살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시민사회단체와 각 정당은 물론, 4개 시·군의회 및 시·군과 연대해 점진안에 대한 방향제시에 앞장서겠다"면서 시군, 시군의회, 그리고 정당사회단체와 연대해 점진안 채택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송 의장은 이어 "제주도는 도민 인지도와 (혁신안) 선호도가 과반수를 넘는다는 미명아래,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각 정당이 '주민투표를 보류하고 보다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요구마저 묵살했다"며 "지금이라도 도민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기보다는 주민투표를 즉각 중단해 도민통합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라"고 주민투표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시의회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의회는 아직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4개 시군의회 협의회 회장단이 오는 20일 모임을 갖고 주민투표에 대한 시군의회의 입장과 함께 연대투쟁 여부를 논의할 예정으로 있어 이날 시군의회 의장단 회의결과가 주민투표 찬반논란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시민사회단체도 '혁신안 반대' 주민운동 선포…주민투표 반대운동 본격화

도내 19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올바른 제주도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도민연대(준)'도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에 방에서 '혁신안 반대' 주민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도민연대는  "특별자치도의 한축인 '자치와 분권'을 꽃피우기 위해서라면 자치권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그 권한을 주민들에게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김태환 도정은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참정권과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려는 '반자치, 반분권' 도발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김영훈 제주시장도 지난 7일 제주시직원 정례조회에서 "지금의 저는 자치계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도와 시·군의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는 '점진안'을 선택했다"며 제주시 직원들에게 점진안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김영훈 제주시장과 강상주 서귀포시장이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강기권 남제주군수와 병상에 누워 있는 신철주 군수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일부 기초단체장과 시군의회,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혁신안과 주민투표에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는 이미 김태환 지사가 취임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제주도 "2년반동안 충분한 논의…도민 여론조사 결과 따라 주민투표 하려는 것"

제주도는 "제주도가 계층구조개편 논의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전임 우근만 지사 시절인 2002년 12월부터 조례로 도의회의 승인을 받은 행정개혁추진위원회에서 2년6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온 사안이며, 행개위에는 부시장 부군수와 4개 시군의회 의원도 참여해 왔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도는 특히 점진안과 혁신안이 졸속으로 마련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까지 두 차례 용역과 2백여차례를 넘은 도민설명회, 그리고 3차례에 걸친 여론조사를 통해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마련한 대안"이라면서 "당초 이 논의가 시작될 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법적 절차를 통해 모든 게 확정되고 주민투표에 들어가려는 시점에 와서야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도민여론과도 배치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도 당국자는 또 "일부에서 시장군수 직선제와 기초의회가 폐지되는 것을 두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된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지금의 19명의 도의원을 45명 수준으로 늘려 선출하는 만큼 어떤 의미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보다 더 착근될 수도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주도는 이번 주 중으로 행정자치부로부터 주민투표 실시 요구가 통보되면 이를 도민사회에 즉시 공표하고, 도의회에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미 제주도의회는 지난 7일 김태환 지사와 전체 의원 간담회 직후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주민투표 실시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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