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권 논쟁 해법 없나] (2) 지난 4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유권해석 후 본격화...감사위 원칙 맞지만 애초 '배려' 한계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자치감사 권한은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정해져 있다. 감사위가 도내 모든 공공기관을 감사할 수 있다고 제주도교육청이 인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사위는 나아가 "자치감사 권한은 감사위의 고유 권한이므로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며 "타협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제주특별법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범도민적 합의로 제정됐기 때문에 기관, 단체, 법인, 개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준수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교육청이 '대행감사'조차 거부한 상황에서 직접감사를 포기한다면 그게 바로 위법이자 임무 방기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감사위가 내세우는 원칙 자체를 문제삼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부에선 애초 제주특별법을 만들 때 교육자치 면에서는 배려가 적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지사 처럼 엄연히 주민 직선으로 뽑힌 교육감이고 보면 교육기관에 대한 감사위의 감사가 정서적으로는 교육자치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감사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이라지만 도지사 산하기관이다 보니 감사위 감사를 수용한다는게 교육청이 제주도의 그늘에 가려지는 듯한 떨떠름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7월1일 이후 감사위를 대신해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대행감사를 벌여오던 교육청이 2007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도 이같은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감사위도 최근 보도자료에서 "제주특별법, 감사조례(제주도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자치감사규정 제정 과정에서 각급 학교 등 교육기관 감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유권해석이 나온 것은 같은해 5월4일. 법제처는 교육감의 자체감사권을 인정했다. 이 때부터 양쪽의 공방은 본격화됐다.

자체감사권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제주지사가 중재에 나섰다. 2008년 4월18일 협의 조정을 이끌어냈다.

합의 내용은 도교육청과 소속 교육행정기관은 감사위가 직접 감사를 하고, 교육기관(각급학교)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자체감사를 실시하되 감사 실시계획을 사전 감사위에 통보하고 처분결과도 분기별로 통보하도록 했다.

다만 감사위가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을 감사할 때 필요한 경우와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감사를 허용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제주도의 중재로 논쟁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번에는 제주도의회가 새 불씨를 제공했다. 2009년 9월 '제주도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재의 요구안을 부결처리했다.

당시 제주도가 의회에 조례안 재의를 요구한 것은 감사 대상에서 지역교육청과 소속기관까지 삭제했기 때문이다. 조례안은 제주도의 중재안 보다도 감사위의 감사권한을 축소시켜 버렸다.

감사위는 이 과정에 교육계의 집요한 로비가 작용했다고 의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재의결된 조례는 무효 판결을 받았다. 제주도가 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3월11일 "상위법령의 아무런 위임 없이 지역교육청 및 소속기관의 감사를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만 할 수 있도록 해 감사위원회의 자치감사 권한을 제한했다'고 감사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 판결이 나오기까지 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위는 특히 교육청이 2월1일부터 26일까지 3군데 교육행정기관에 대해서도 자체감사를 했다며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제주도의 중재안을 어겼다는 얘기다.

감사위는 대법 판결 한달 보름쯤 후인 4월27일부터 교육청에 줄기차게 대행감사를 의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기관은 9월20일까지 5차례나 문서를 주고 받았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교육청은 또다시 감사원(8월24일)과 법제처(9월7일)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각각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과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봐야할지 물었다.

법제처의 회신은 '반려'. 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교육청은 그 전의 입장(유권해석)과 달라진게 없기 때문에 반려했다고 봤고, 감사위는 '대법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그대로 따르라'는 의미로 인식했다.  

결국 감사위는 일선 학교에 대한 감사 공백이 우려된다며 9월29일 위원회 의결을 거쳐 10월1일 직접 감사를 선언했다. 그리고 18일 이를 실행에 옮겼다. 22일까지 5일 일정으로 백록초등학교와 중앙고.재단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자 교육청이 곧바로 맞불을 지폈다. 감사위 감사가 시작된 바로 그날 기자회견을 열어 "20일부터 28개 학교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다행히 감사위와 교육청의 감사 대상은 겹치지 않았다. 양성언 교육감은 중복감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장소만 달랐지 다 같은 학교를 대상으로 두 기관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감사를 벌이는 모습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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