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반대 'yes'- 점진안 찬성은 '동상이몽'…연대투쟁 '불투명'

김영훈 제주시장과 송태효 제주시의회 의장이 '점진안'을 지지를 선언하고, 4개 시·군의회 의장단이 20일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가운데 가운데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손을 맞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혁신안과 점진안을 놓고 제주도와 시장·군수·기초의회의 힘 겨루기가 '정면충돌'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시민사회단체의 행보에 따라서는 향후 주민투표 정국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이들의 연대여부가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송태효 제주시의장은 13일 시의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제주시의회는 국민의 고유권한이 참정권과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말살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시민사회단체와 각 정당은 물론, 4개 시·군의회 및 시·군과 연대해 점진안에 대한 방향제시에 앞장서겠다"면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점진안 찬성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민투표법상 점진안과 혁신안에 대한 찬성운동은 도지사와 시장·군수를 포함한 공무원은 일체 금지되는 반면, 지방의회 의원과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모든 유권자들은 가능하다.

결국 7월 초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지방의회 의원과 시민사회단체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이들의 연대여부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두 세력의 연대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두 세력은 '혁신안 반대'라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으나 '점진안 찬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장·군수와 기초의회의원들은 혁신안이 채택될 경우 자신들의 설 자리가 없어져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참정권이 제한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된다며 '혁신안 반대-점진안 찬성'을 밝히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혁신안 반대입장에는 동일하나 그렇다고 점진안을 찬성하는 입장도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는 혁신안은 물론, 현 체제가 유지되는 점진안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혁신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와 연계해 혁신아안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혁신안이 시장군수 직선제와 기초의회를 폐지할 뿐 주민들의 참여자치를 극대화할 방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참여자치를 주요 목표로 내걸고 있는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지금의 혁신안을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는 시장군수 직선제와 기초의회 폐지는 물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금의 43개 읍면동을 10~15개 안팎의 대동제(區)로 재편하고 여기에 제한적인 자치권을 부여하자는 제3의 대안이 다수의 의견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제주도가 제시한 '혁신안'에 대해 "결코 혁신적이지 않다"고 면박을 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시장·군수와 시·군의회가 혁신안을 반대하고 점진안을 찬성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밥 그릇 챙기기'라는 도민사회 일부의 여론도 시민사회단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내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올바른 제주도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도민연대(준)'가 조직 내부에서 주민투표 대응방안으로 ▲혁신안 반대 ▲점진안 지지 ▲선거 보이콧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인 끝에 주민투표 발의 이전까지 '혁신안 반대'운동을 벌이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도 결국 이같은 인식을 배경에 깔고 있다.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시장군수, 기초의회간의 연대는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주도가 13일 도민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제주지역본부 김재선 본부장과 최승국 사무처장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것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도민연대가 제주도의 징계요구를 혁신안 반대에 대한 '탄압'으로 받아들일 경우 이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히 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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