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 개발이 부른 곽지리의 비극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조화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경제가 좀 어렵다 싶으면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환경이야?” 하는 여론이 설득력을 높여가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 것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환경문제가 우리 삶의 위기로 바짝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와 생활권 침해까지도 크게 속출하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에도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도시계획조례가 상당히 완화되면서 시내 곳곳에 10층이 넘는 고층건물들이 들어서며 공사 중 소음.먼지로 인한 민원과 일조권.생활권 침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가 저지른 일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애월읍 곽지리 바닷가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지금까지 전혀 문제없던 것이 올해부터 비만 내리면 흙탕물이 금성천을 따라 흘러들어 이제는 바다의 정화능력을 넘어버렸다.

토사가 해저에 깊이 쌓이면서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게 돼 그에 따른 연쇄현상으로 해산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아름다웠던 곽지 바닷가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곽지해수욕장은 올 여름 성수기 동안 손님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어촌계에서는 해산물을 채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 양식장은 더이상 영업을 하기 힘들게 되었다. 문제는 이 문제가 올해로 끝나지 않고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재해인가?

아니다. 이것은 분명한 인재이다. 바로 상류 부근의 난개발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주도와 북제주군은 곽지리 바닷가의 피해실태와 원인을 조사해 곽지리 바닷가가 더 오염되고 파괴되기 전에 조속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당국, 주민, 환경단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반을 꾸려 곽지 바닷가의 오염 실태와 원인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이른 시일내에 이뤄내야 한다.

*이 글은 제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 양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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