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박물관 기획전 '제주올레, 박물관서 걷다'
국박 소장품.탐라순력도-올레코스 엮어내 '눈길'

제주올레가 국립제주박물관을 만나면 무엇이 나올까? 결과부터 말하면 ‘역사 올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8월 업무협약 체결에서 시작됐다. 국립제주박물관과 (사)제주올레는 한국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제주올레에 ‘역사와 문화’를 한겹 덧 씌우는 작업을 공동진행하기로 했다.

26일부터 11월 28일까지 진행되는 특별기획전 ‘제주올레, 박물관에서 걷다’는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제주올레 위에서 만난 문화유적

제주국립제주박물관은 우선 제주올레 총 18코스를 각 코스별로 나눠 인근의 주요 유물 발굴지를 소개한다.

▲ 제1코스 종달리 유적 출토 토기. ⓒ제주의소리

제주올레 17코스의 외도동 외도천변은 탐라시대 사람들이 큰 마을을 이루며 살던 곳으로 추정된다. 원형 집터와 저장시설, 우물 등 시설과 함께 붉은 토기, 두드림무늬토기 등이 출토됐다.

제주올레 7-1코스의 강정동 유적에서는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유물이 동시에 발견되기도 했다. ‘고산리식토기’가 출토되는가 하면 돌도끼, 갈돌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이 나왔다.

이 유물들은 제주올레 코스 지도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300여년 전 제주목사의 길과 올레길이 포개지다

▲ '천연사후' 천지연 폭포를 사이에 두고 양쪽 암벽에 걸어놓은 줄과 가운데 인형이 보인다. 양쪽에서 활을 쏘며 놀고 있다.
보물 제652-6호 ‘탐라순력도’와 제주올레를 연결시켜 만든 새로운 스토리텔링도 눈길을 끈다. 탐라순력도는 300여년 전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형상이 한 달에 걸쳐 제주도내 각 고을을 순회한 모습을 28폭 그림에 담은 것이다.

제주올레 6코스에 속해 있는 천지연 폭포는 탐라순력도 28폭 그림중 하나인 ‘천연사후’에 나와있는 데로 제주목사들이 독특한 활쏘기를 즐기던 곳이다. 그 놀이 방식이 독특한데 우선 폭포를 사이에 둔 두 절벽에 줄을 연결한다. 줄에는 짚이나 풀로 만든 인형 ‘추인’을 달아 놓는다. 한 쪽에서 활을 쏘아 반대쪽 절벽에 있던 과녁을 맞추면 과녁에 꽂힌 화살을 인형에 꽂아 목사 쪽으로 다시 전달하는 방식이다.

탐라순력도의 ‘애월조점’에는 말 30여 마리가 빼곡히 그려져 있다. 목사가 애월진에서 군사와 말을 점검하던 모습이다. ‘말의 고장’을 증명하듯 말을 점검하는 그림은 여럿이다. ‘우도점마’에서도 제주 목사 일행이 우도 목장에 있는 말을 점검하는 모습이 나온다. 당시에는 우도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그림 속에는 집이 없다. 1843년 목장 개간을 허락받은 이후에 처음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 25일 진행된 전시회 오프닝에서 전시설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올레에 역사 꾀기는 이제 ‘시작’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진 국립제주박물관과 (사)제주올레의 공동작업은 제주올레에 문화적 가치를 더했다는 평을 받는다. 

첫 시도여서 갖게 되는 아쉬움도 있다. 전시는 제주올레에 제주역사를 제대로 버무리지 못하고 국립제주박물관 소장품과 제주올레 코스를 짝 지어주는데 그친다. 혹자는 내용이 단조롭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명희 학예연구사는 “올해엔 제주올레 전체 코스를 다 다뤘지만 다음해에는 코스별로 나눠 세분화된 전시를 기획할 예정”이라며 “이번에는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유물들로만 구성됐지만 다음해에는 관련 자료 등을 보다 더 풍부하게 연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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