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도민설명회, 객관성 잃은 자료 도민만 '혼란'

행정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제주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사실상 등을 돌린 채 제 갈 길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중립선언에도 불구하고 특별자치도와 연계해 은근히 '혁신안'에 무게를 둬 왔는가 하면, 이에 맞서 시장·군수는 아예 노골적으로 '혁신안 반대-점진안 지지'에 열을 올리면서 극한 대립도 불사할 형국이다.

혁신안과 점진안에 대한 논쟁이 지금까지는 제주도가 주관한 도민설명회의 '객관성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제주시가 16일 오전 일도1동사무소를 시작으로 오는 29일까지 19개 동사무소를 순회하는 동별설명회와 30일 제주시민회관에서 열 대중집합설명회는 혁신안과 점진안에 대한 사실상 본격적인 찬반논쟁에 불을 지피게 될 전망이다.

# 시군 독자적 설명회 강행…도민에게 다양한 정보제공 차원에서는 '긍정적'

강상주 서귀포시장도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동별순회설명회를 할 예정에 있으며, 강기권 남제주군수 역시 15일 오후 제주의 소리와 통화에서 "솔직히 말해 고민중"이라면서 "군민들이 혁신안과 점진안에 대한 군 차원의 설명회를 요구할 경우 이를 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의회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벌이겠다"고 말해 남군도 어떤 형식으로든 설명회를 할 것으로 보여 도 전역이 찬반논쟁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논쟁은 제주사회의 백년대계를 선택하게 될 계층구조개편을 놓고 도민들에게 보다 많은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자리 잡고 있다.

3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혁신안과 점진인 도민인지도가 74.4%로 나왔으나 이중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13.5%인 점을 감안 한다면 시군별 설명회를 도민들이 제대로 수용할 경우 자신들의 선택기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 제주도-시·군 겉으론 '객관적' 실제로는 특정안 일방 홍보

이 과정에서 도지사와 시장·군수의 대립과 갈등은 물론,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돼야 할 공직사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도민사회가 분열되지 않을지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한번은 넘어야 할 파도인 셈이다. 

문제는 제주도와 시군이 도민설명회를 하면서 과연 혁신안과 점진인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 안의 장단점을 완전히 노출시켜 도민에게 제공해 왔는지, 또 앞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즉 혁신안과 점진인 중 자신들이 내심 기대하는 특정안의 '장점'만을 지나치게 확대 부각시킨 반면, 그로 인해 야기될 우려가 있는 부작용은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도민설명회 논란의 핵심이다.

# 제주시, 점진안 장점 부풀리고 혁신안 장점은 축소…점진안 홍보 노골적

제주시가 16일부터 동별설명회장에서 배포할 홍보자료집 역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제주시마 제작한 홍보자료는 시장·군수 직선제가 유지되는 점진안에 대해서는 장점은 잔뜩 나열한 반면, 단점은 원론적인 언급에 그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시장·군수 직선제를 폐지하는 혁신안에 대해서는 장점은 미미하게 거론한 대신, 단점은 장황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점진안과 혁신안을 비교한 그림표는 누가 보더라도 점진안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돼 있어 제주시의 홍보자료가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오히려 김영훈 시장이 지지하는 점진안을 선택하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제주도, 중립입장 선언 불구하고 '특별자치도'와 연계해 교묘히 혁신안 유도

지금까지 제주도 당국이 보여줘 왔던 도민설명회도 본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객관적이라고 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도민사회의 공통된 견해이다.

제주도의 홍보자료는 분량 면에서는 충분한 '균형'을 맞췄으나 점진안과 혁신안에 대한 장단점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으며, 첨예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설명회 자리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을 잔뜩 홍보한 후 "특별자치도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는 게 혁신안의 장점"이라고 말해 교묘하게 혁신안을 선전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제주도와 시군의 입장이 담긴 도민홍보가 '객관'이라는 형식으로 둔갑돼 도민들에게 전달되면서 가치판단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점차 농후해 지고 있다. 또 주민투표 발의로 공무원의 찬반행위가 금지될 시점에 다다라서는 이 같은 일방적 홍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게 아니냐는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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