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칼럼] 빌 게이츠 보다 한 수 위인 그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

▲ 빌 게이츠와 그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출처=Bill Gatez Sr. 페이스북), 오른쪽 사진은 고소득자 소득세 발의안 I-1098 반대캠페인 입간판 ⓒ제주의소리

필자가 머물고 있는 미국 시애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이야기 하곤 한다. 그리고 비행기회사 보잉,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 세계최대 할인점 코스코, 커피 전문체인점인 스타벅스가 떠오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도시라할 수 있다. 시애틀 근교에는 무려 천만평의 MS 캠퍼스라 부르는 MS 본사 및 수천 개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있어 시애틀에서 MS가 차지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아시다시피 MS의 최대 주주 빌 게이츠는 400억 달러 재산의 세계 최고 갑부로 2008년에 MS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자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빌 게이츠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선사업에 관심을 둔 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빌 게이츠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는 변호사 출신으로 근검한 자식 교육관으로 많이 알려 졌지만 이번 11월 2일 워싱톤주의 중간선거에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유례없는 불경기로 인하여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워싱톤주는 내년에만 45억 달러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2013년까지 연간 20억 달러의 세수가 기대되는 소득세 도입을 한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부자세로 불리는 I-1098 주민발의 안인데 연간 1인당 20만 달러 소득에 대해 5%, 연간 50만 달러 소득에 대해서는 9%의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모든 주민들의 재산세를 20% 삭감해주고, 영세업소의 영업점유세를 면제해주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 발의안은 다름 아닌 MS 창업주이자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미국에서 소득세가 없는 7개주 가운데 포함됐던 워싱턴주는 부자들에 한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유일한 주가 된다.

이 발의안의 찬성론자들은 부자들의 부는 애당초 사회에서 온 만큼 교육․복지예산 축소를 피하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을 막아 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한 몇몇 인터넷 네티즌들은 아들 빌 게이츠의 재산 중 20억 달러를 기부하면 될 일을 논란을 일으킨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물론 빌 게이츠는 찬성입장이다.

하지만 MS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반대캠페인에 참여하고 있고, MS의 현 CEO인 스티브 발머도 반대하고 있다. MS 전현직 CEO사이의 기부에 대한 철학은 비슷하지만 부유세도입에 대한 생각이 첨예하게 다르니 아이러니 하다.

이번 워싱톤주의 I-1098 주민발의 주민투표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첫 번째, 빌 게이츠 집안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기부도 부족하여 소위 부유세 도입에 적극적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위 ‘가진 자’ 라는 빌 게이츠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에 의한 자선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의 발의안은 매우 적극적인 정치적 활동이어서 그의 공익 추구에 대한 철학이 놀라울 따름이다.

두 번째, 미국의 주 정부는 주민만 동의하면 세목과 세율을 비교적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재정자주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방세의 세목을 전부 법률로 명시하고 있어 지자체 스스로 새로운 세목을 발굴하거나 부과할 권한이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예외는 아니다. 명색이 제주특별자치도인데도 말이다. 물론 제주특별자치도의 일부 지방세에는 세율조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두어 타 자치단체의 50%에 비해 2배인 100%로 확대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탄력세율은 환경관련 세금을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끼리 경쟁적인 인하정책으로 기업유치 인센티브 정책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 번째, 이번 중간선거에서 세금 및 예산과 관련한 주 차원의 100여개, 카운티 등 지방정부 차원의 450여개 주민투표가 33개 주에서 실시되는데, 대부분 재산세를 감면하거나 판매세율을 인하하는 주민투표인 반면에 워싱턴주는 이례적으로 주 역사상 처음으로 고소득자들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안건을 투표에 부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선거는 복잡하기도 하지만 또 주민에게 참 많이도 물어본다.

▲ 김동욱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미국은 이른바 주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고자 할 때나 제도를 도입하고자 할 때는 주민투표를 실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하는 주민투표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선거를 할 때, 수십 개 안건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따로 주민투표를 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선거를 할 때 주민투표도 같이하는 것이다.

우리의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기존 현안의 갈등들은 잠시 덮어 놓은 셈이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후보자 공약들이 당선 후 정책 집행과정에 괴리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집행부나 의회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상태로 정책결정을 하여 많은 분란도 있었다. 이런 경우 법적 효력을 지닌 주민투표를 활성화하여 각종 법정선거 때에 동시에 실시하여 최종적인 의견을 결정하면 어떨까?
 
미국이 민주주의 꽃인 선거제도를 통해 공직자의 선출뿐 만 아니라 주민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럽기만 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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