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것들과 이별하고 싶다

 제주도는 법제도적으로 국제자유도시이고, 평화의 섬이다. 그러나 제주사람의 마음은 불편하고 평화롭지 않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제주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제주발전연구원이 합작한 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의 중간보고서에는 배타적 의식문화, 개발과 보전의 갈등, 지역의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조정할 사회지도층의 리더십 부족 등을 제주발전의 취약점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일곱 색깔 무지개로 화려하게 꾸몄지만 제주발전의 마인드인 선진국 수준의 정신문화가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본다.  필자도 그런 지적에 수긍한다. 예를 들면 영리병원, 관광객 카지노, 한라산케이블카 도입 문제, 그리고 강정해군기지 건설 등과 관련하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역랑이 분산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다섯 번에 걸친 민선도지사 선거와 관련하여 여러 번 선거재판을 받는 등의 정쟁(政爭)이 끊어지지 않아서 주위의 시선이 따갑고 또한 후유증도 심각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사회갈등이 매우 높고 갈등비용이 큰 나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스웨덴과 일본은 바람직한 국가의 통합적 모습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투명ㆍ공정ㆍ효율적인 공공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필수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사회지도층이 용서와 관용으로 소통 하고, 제주공동체를 녹슬게 하는 이른바 ‘끼리끼리 정서’를 제거해야 한다. 도민들은 사회지도층 스스로 자기의 내면을 되돌아보면서 소아(小我)를 버리고 상대에 대한 자비와 배려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제주를 행복하고 평화롭게 하는 ‘플러스 발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종실록을 살펴보면, 세종대왕의 자애의 리더십을 볼 수 있다. 임신한 여종의 남편에게도 산후 휴가를 줄 정도로 백성을 보살피고 매사에 원칙을 지키고, 또 신중함을 보여면서 억울한 자가 없는지를 살핀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런 세종의 용서와 관용의 덕스러움을 생각하면서 전, 현직 도지사님께 이렇게 묻고 싶다.

 우근민 지사께서는 지난 7월 취임 후에 공무원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견아중생(見我衆生)·환희발심(歡喜發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에는 모든 공무원들은 도민이 고통을 넘어 행복으로 가도록, 더하여 다시는 행복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멸사봉공을 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禹지사께서는 정말로 자(慈)ㆍ비(悲)ㆍ희(喜)의 3무량심을 내고 있는지를… 
 선거법위반의 고발사건 종결 후에 신구범 전 지사께서는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혹시 어르신께서는 갑옷 같은 자아를 버리지 못해 ‘병속의 새’처럼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닌지.
 끝으로, 김태환 전 지사께서는 훌훌 털고 걸망 메고 세계 여행이라도 다녀오셨는지를…

 그런데 오래되어 굳어진 관념, 갈등 등은 물건처럼 비우고 싶다고 해서 금방 비워지지가 않는다. 올 가을에는 이런 것들의 계급장을 떼고 몽땅 낙엽에 적어서 제주바다에 떠내려 보내면 어떨까.

 필자는 지역의 어르신네들이 자기 방어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그래서 그분들께 이런 자비 송(頌)을 권하고 싶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몸으로, 입으로, 생각으로 잘못을 행했다면 내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용서 받기를 원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몸으로, 입으로, 생각으로 잘못을 행했다면 그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나 또한 용서합니다.”
 “내가 악의, 성냄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처럼 모든 생명들이 악의, 성냄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처럼 모든 생명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 김승석 변호사
 도민 모두가 고통을 멀리하고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남들의 안녕과 행복, 평화를 기원하는 자애심이 드러난다. 또한 괴롭고 지친 중생들을 생각하면, 그 고통을 제거하고 구제하고자 하는 연민심이 드러난다. 이를 두고 불교에서는 자비무량심이라고 하고 인도에서는 인드라[梵天]의 마음이라 한다./ 김승석 변호사(제주공동체발전포럼 수석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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