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이스-월드트레일] 서명숙 이사장, 7일 개막 기조강연서 역설
“환경훼손.난개발 등은 해결과제, 선진국 성공사례서 배우고파”

▲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World Trail Conference)’가 7일 전세계 10개국 유명 트레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 해비치&리조트에서 개막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Meeting(회의산업), Incentive tour(인센티브투어),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전시회산업) 등 MICE산업이 그린(Green)과 만났다. 마이스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제2회 제주국제그린마이스위크(Green MICE Week)’가 첫 본행사인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로 7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개막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제주관광공사 주관 하에 ‘자연과 인간이 행복해지는 길을 위하여’를 주제로 이날 문을 연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World Trail Conference)’에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들이 제주를 찾아왔다. 미국.스페인.영국.일본.캐나다.프랑스.호주.중국.홍콩.한국 등 전 세계 10개국 유명 트레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World Trail Conference)’ 개막 기조강연에서 '제주올레 길'의 탄생과 현재 운영상황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날 개막 기조강연에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일으킨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제주올레’와 같은 ‘트레일’을 내는 일은 조용한 혁명”이라며 '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세계 10개국 트레일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컨퍼런스에서 서명숙 이사장은 “무엇보다도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다른 진화한 존재로 만들어준 인류 최대의 발견은 ‘직립보행’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포기한 이 시대에 ‘걷기’라는 위대한 행위를 인류에게 재발견하게 만들어준 세계 곳곳의 트레일 전문가들에게 깊은 존경과 우정을 보낸다”라는 마음을 우선 전했다.

서 이사장은 “트레일을 내고 트레일을 걷는 일은 무분별한 개발을 최대한 막아내고, 하나밖에 없는 지구의 환경을 최대한 지켜내고, 더 빠르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면서 자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인류에게 더 근본적이고 더 소중한 것을 성찰하게 하는, 우리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흐름에 맞서는 조용한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서명숙, "스페인 산티아고 길서 심신의 비계덩어리 떨쳐내" = 서 이사장은 "올레 길이 지나는 마을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이 생겨나고, 여관이나 모텔이 올레꾼들이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로 변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여행자도 마을도 서로 만족하면서 윈윈하는 '착한 여행', '공정여행'의 패러다임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다"고 자부했다.

서 이사장은 누구보다 숨 가쁘게 살았던 서울에서의 언론사 기자생활 20여년을 떠올리며 “대한민국 직업 중에 가장 바쁘고 언론사 기자로 이십여년을 미친듯이 질주하 듯 살았다”며 “속도와의 경쟁은 제 삶의 키워드였고 가장 중요한 트레일이었다. 휴식은 게으른 직장인에게나 어울리는 태도라 생각했고, 휴가는 사치라 여기면서 주말에도 뉴스에서 눈을 떼지 않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잘 버텨줄 줄 알았던 체력에 이상이 왔고, 정밀 건강진단까지 받았지만 ‘실망스럽게도’(?)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의사는 너무 지친 것이니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고 조언해 시작한 것이 ‘걷기’였다. 걷기를 통해 점점 진정한 휴식과 명상, 자기 돌아보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World Trail Conference)’에 참가한 세계 각국 트레일 관계자들. ⓒ제주의소리

서 이사장은 “그 무렵 저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사표를 내고 23년간의 언론사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우연히 봤던 브라질 교포가 쓴 까미오 데 산티아고 경험담을 생각하며 스페인으로 떠났다”면서 “결국 많은 이들의 반대와 몇몇 친구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난생 처음 혼자만의 긴 여정을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이사장은 “800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외롭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길에서 전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진정한 휴식과 자유.행복을 만끽했다”며 “몸과 마음의 비계덩어리가 다 떨어져 나가고 싱싱한 근육이 생기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비로서 ‘게으름을 즐기는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즐거움을 누리며 트레일은 지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부작용이 없는 만병통치약임을 스스로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여성 '헤니'가 우연히 던진 말 '네 고향에도 길을 내면 되잖아!' = 서 이사장은 “그 길을 걸은지 33일 만에 우연히 사귀게 된 ‘헤니’라는 영국여성으로부터 ‘너의 고향에 길을 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정화하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될거야’라는 말을 듣고 고향 제주도에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줄 길을 내겠다고 마음 먹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지금 이렇게 출범한 제주올레 트레일은 출생 자체가 국제적 교류협력에 뿌리를 둔 셈”이라고 되돌아봤다.

서 이사장은 “하지만 저희들이 직면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끊임없는 도로공사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사라져버린 길들이 너무 많고, 경치가 빼어난 곳은 대부분 외지사람들이 사놓은 별장이거나 마을의 공동소유지였다”며 “사실 길을 찾는 시간보다 그 길의 주민과 소유자를 설득하는 시간이 훨씬 많이 들었고, 출범 당시는 한국에선 트레일이 없었기에, 트레일이 생기면 마을에 어떤 도움이 될지,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이제 제주올레길은 출범 3년만에 22개 코스와 총357킬로미터의 트레일을 개척했다”며 “제주섬을 한바퀴 다 돌려면 아직도 제주섬의 4분의1을 더 이어야 한다. 그만큼 올레는 역사가 역사가 짧은 나 어린 트레일인 동시에 현재진행형의 트레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제주올레 길 성공? 아직은 절반에 불과…과제 많아" = 서 이사장은 그러나 "제주올레 길에 대해 '걷기 열풍을 불러들이고, 한국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도보여행 붐의 진원지'라고 하지만 우리의 성공은 절반에 불과하다"며 "갑작스런 열풍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대중적인 코스에서는 환경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고해성사(?)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트레킹 매너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단체 관광객까지 찾는 몇몇 코스에서는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고, 올레 길을 관광상품으로만 인식하는 일부 관리들이 우리가 애써 찾은 흙길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단장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World Trail Conference)’ 개막식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영수 제주관광공사 사장  ⓒ제주의소리
서 이사장은 "전체 길이나 늘어나면서 새로운 코스의 개척 못지않게 기존 코스의 유지와 관리도 점점 많은 재원과 시간을 요하는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런 과제에 대한 해답을 우리보다 더 먼저, 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진국의 성공한 트레일에서 배우게 되기를 강렬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 이사장은 “이번 컨퍼런스 기간에 서로 많은 것을 주고받으면서 우정을 나누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무엇보다도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유네스코가 생물다양성 보전지구,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 이 아름다운 제주섬에서 올레 트레일을 즐기면서 제주섬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으로 강연을 끝맺었다.

개막 기조강연에 앞서 박영수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길은 과거에는 동서양 순례자들의 통로였고, 오늘날 IT 첨단시대에서는 현대인들이 길을 걸으면서 잃어버렸던 역사를 되찾고 여유를 찾는 공간이 되면서 다시 ‘길’에 주목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제주올레를 통해서 제주도가 세계 트레일의 명소는 물론 마이스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제주도가 내년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되는데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에는 제주올레(한국)를 비롯한, 존 뮤어 트레일(미국), 까미노 데 산티아고(스페인), 코츠월드 웨이(영국), 시코쿠 오헨로(일본), 브루스 트레일(캐나다), 랑도네 협회(프랑스), 파크 빅토리아(호주), 국제 시민 스포츠 연맹 중국 본부(중국), 홍콩관광청(홍콩) 등 10개 트레일 기관과 관련 학계, 여행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가해 각 트레일 운영 사례를 공유하고, 세계 트레일 산업의 활성화와 공동 발전방안 등을 협의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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