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이사장, "코스 개척 못지않게 기존 코스 '유지.관리'가 숙제"

▲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제주의소리
제주 올레코스 개발이 현재 해안길 1/4 정도를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올레코스의 개발보다 ‘유지,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같은 목소리는 제주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을 통해 직접 나왔다. 이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제주올레에 대한 '복원과 파괴'라는 행정의 엇박자에 대한 불만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제주의소리>가 단독 보도했던 제주올레길 12코스 한경면 용수리의 ‘생이기정 길’과 같은 사례다.

그는 이날 ‘2010 월드트레일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세계 10개국의 트레일 사례 발표들을 상기시키며 “앞서 발표된 세계의 트레일 사례 모두 '길'을 유지.관리하는 데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 길을 새로 내는 데는 돈을 쓰지 않는다”며 “반면 제주올레에 대해 행정에선 인력과 유지 관리하는 데는 돈을 투자하지 않고 ‘또 다른 토목공사' 같은데에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장이 말한 ‘또 다른 토목공사’는 자연스러운 흙길이었던 ‘생이기정길’을 인공적인 돌 길로 바꿔놓은 사례를 겨냥한 발언이다. 서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제주올레 코스 개발에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은 1개 코스당 홍보리플릿 제작비 등 총 900만원 정도. 그러나 단 700미터의 생이기정 길을 돌 길로 바꿔놓는데 쏟아 부은 돈은 무려 2억7천여 만원이다.

이날 발표된 세계적 트레일 사례 발표들에선 각 트레일들이 민간단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지방정부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었다. 걷기여행 코스의 개발을 통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한편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공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지원 근거가 되고 있었다.

서 이사장은 또 사무국 운영에 있어서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제주올레 사무국은 지방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민간의 상상력과 열정으로 길을 내기 위해 최소한의 보조금만 받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사무국의 운영도 개인 후원회원과 일부 기업의 기부금 등 지방정부의 지원없이 전적으로 자력으로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가이드북, 전화안내, 견학 등의 업무가 폭주해 상근직원을 9명으로 늘렸지만 그 숫자로도 도무지 감당이 안돼 모두 상습적인 과로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서 이사장은 "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휴식과 자기 돌아보기를 권하면서 정작 제주올레 사무국의 구성원은 과로를 일삼는 모순된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제는 기존 코스의 유지관리에 점점 더 많은 재원과 시간을 요하면서 중요한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진국의 성공한 트레일에서 그 해법을 배우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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