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칼럼] "정치에 휘둘릴 교육계가 걱정된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검찰에 의해 구속된 의원마저 의회결의를 빌미로 단숨에 빼낼 정도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으니 한나라당이 하고자 하면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일 말고는 안 될 일이 없는 게 나라 돌아가는 형국이라 교육감 직선제법안을 통과시키는 일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닐 성싶다.

그러면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하여 국회에 제출한 교육감선출 관련 법안은 교육감선출과 관련해 빚어지고 있는 파국적 상황을 해결하고 교육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것이 법정 시한에 쫓기고 있는 제주도교육감 보궐선거에 적용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 조차 혼선 빚는 직선제 법안

한나라당이 교육감선출과 관련하여 제출한 법안은 두개이다. 2월10일 원희룡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하여 제출된 교육감선거 및 선거부정방지 법안(의안번호3135)과, 황우여의원이 대표발의하고 현경대의원이 발의자로 포함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안(3136)이다.

두 법안은 제안이유가 똑같다. 즉,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고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지방교육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교육감을 학교운영위원회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가 아닌 해당지역 주민의 직선선거로 선출하는데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임. designtimesp=3211> 주민의 “직선선거”라 하여 오자까지 그대로다.

한나라당에서 두 개의 그룹이 다른 점이 적지 않은 법률안을 하루 사이로 제출하게 된 저간의 사정은 모르겠으나, 이 점이 바로 현재 상태에서 교육감 선거 관련법안이 최종 확정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즉,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 국민여론은 제대로 수렴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작금 한나라당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교육감선거법 따위”를 따따부따 따지고 있을 경황이 아님에랴! 당 자체가 풍비박산 지경이지 않은가!

동일한 제안이유를 가진 두 개의 다른 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하여 새 법률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의원 관계자는 "현행 법률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교육감선거 전반의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미흡하다고 보고 새 법률안을 만들게 됐다"며, "둘 다 발의가 된 만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병합심리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럴 경우 개정인지, 아니면 제정인지도 결정날 것"이라며 "여러가지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 먼저 법률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개정만으로는 미흡하다고 보았는데, 그렇다면 하루 뒤에 개정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리했겠는가? 대통령당선무효소송까지 주도하고 있는 백전노장 현경대의원과 소장파의 리더격인 청출어람 원희룡의원이 맞상대이니 그 법리적 쟁투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듯하다. 전문가들과 시민공청회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교육감 직선제

그 중에서도 백미는 아마 교육감의 임기를 2년으로 마치고 지방선거와 일치시키고 있는 개정안의 조항과 관련해서가 아닐까?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게 되는 교육감선거... 과연 정치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법적으로 정당인은 아예 교육감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온지역이 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로 온통 난리인데, 어떤 인연을 가져다 붙이든지 간에 한 표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혈안인데, 과연 교육감 선거만 그 소용돌이로부터 따로이 저 홀로 고고할 수 있겠는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교육감선거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를 짝짓는 것은 무책임하거나 무능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음을 의미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선거운동에 대한 태도도 적지 않게 다르다. 개정안인 후자는 현행 선거운동에 전화와 컴퓨터통신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포함시킨 정도인데 새로운 법안인 전자는 합동연설회, 신문광고, 후보자연설회, 단체초청토론회 등 선거권자와 후보자의 접촉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중 가장 비판이 집중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후보자에 대해 선거권자가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전화와 컴퓨터통신에 의한 선거운동 을 추가하는 정도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겠는가?

직접선거라 하여 유권자는 수십배로 대폭 늘려놓았는데 한자리 숫자 선거사무원과 전화와 컴퓨터통신만으로 선거운동이 제대로 되겠는가? 후보자의 노출 기회는 유권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을 규정하고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을 좌우한다.

후보자와 선거권자의 공식적인 만남의 기회가 적을수록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접촉과 그 과정에서의 매수와 향응과 야합의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개정안은 선거운동을 그렇게 제한하고 있을까? 대의민주주의사회에서 선거제도는 안전판이자 안내판이다.
누구를 우리의 대의자로 적합한가를 다투는 상황에서 공정한 선거운동은 결정적인 관건이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논쟁이 필요하다.

우선 이 두 가지 쟁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하여 내놓은 한 가지 사안에 대한 두개의 법안에 국한시켜 본 것인데 어쨌든 이들은 교육감 선거의 성격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것들이다.

직선제 법안 시간을 갖자.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정치세력에 의해 교육감이 좌지우지될 때, 그리고 불충분한 정보에 의해 부적격자가 선출될 때 그것은 교육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논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걸러지고 조정되고 필요한 대비책은 또한 강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선거제도가 장차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통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주도면밀하게 역사와 현실을 통찰하고, 우리가 그려나가야 할 교육과 교육에 대한 전망을 만들어내자.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직선제가 시대적 추세라 하더라도 직선제라는 이름 자체가 제대로운 교육감 선거를 보장해주는 게 아니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감선거의 본질은 상대적으로 유능한 교육사회의 수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어디까지나 교육적이어야 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후보자는 교육사회의 리더로서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선거권자는 공정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7명의 교육위원, 180여명의 학교운영위원장, 그리고 요번 1900여명의 선거권자들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의 교육감선거에서 모든 면에 걸쳐 그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주민 직접선거는 그 반대의 경험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인가?

교육계의 순수성을 지켜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그 점 하나만 생각해보자. 누가 그 험난한 주민 직선제의 터널로 들어서고자 할 것인가? 어떤 이들인가? 그리고 누가 이길 것인가? 아이들과 학부모들과 동료 후배 선배교육자들에게 신망을 얻고 있는 참교육자일 것인가, 아니면 치장과 사교와 흥정, 그리고 선전선동에 능수능란한 정치꾼일 것인가?

전교육감의 경우를 보라. 현 교육감의 경우를 보라. 한나라당 법안에 의하면 교육감 피선거권자는 25세 이상의 주민이면 누구든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자, 어떤 성향과 능력의 인물이 교육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마 진정한 교육자라면 언감생심 선거에 나서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현실이 어떻든 우리는 교육사회에 대해서만큼은 나름대로의 순결성을 기대한다. 흙탕선거에 나서더라도 그것을 지켜주기를 원한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그러면 안된다. 그러면 누구인가? 누가 나설 것이며 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요번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호되게 당했으므로 교육자 출신은 더더욱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물론 일반시민이 교육감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경우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은 위협당할 개연성이 농후해진다. 정치세력과 사리사욕이 넘실댈 가능성이 증폭된다. 매사를 과도할 정도로 정치와 연결짓는 문화를 가진 우리에게 그것은 불문가지이다. 요번 선거과정에서 보여진 사례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엄연한 역사의 산물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교육감 선거만큼은 간접선거를 지지한다. 학교운영위원선거를 본때 있게 벌이면 된다. 매스컴이 나서고 선관위가 나서고 교육단체와 시민단체가 나서서 그 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하면서 동시에 활기찬 축제처럼 가져가면 된다.

이번의 호된 시련을 교훈으로 삼아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일념으로 무장하면 그까짓 거 안되겠는가? 대신에 경황이 없는 한나라당 사정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봐주는 셈 치고, 매스컴과 시민단체, 교육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나서서 공청회를 대신 열어가면서 직선제든 간선제든 제대로 된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는 선거법안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떤가?

어쨌든 현실적으로 한나라당 법안에 의해 선거를 치를 가능성은 별로 없을뿐더러 앞서 살펴본 대로라면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제 우리는 일단 이번 선거만큼은 학교운영위원들에 의한 간접선거를 대비해야 할 게 아닌가 싶다.

교육계의 판을 갈아엎어야 하낟고 생각하는 시민과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선거과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공명하고 활기찬 토론 속에서 잔치판을 벌여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소박한 생각이다.

사족같지만 한마디만 덧붙인다. 한라라당은 교육감선거를 당리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라. 선거를 앞둔 언론플레이에 앞서 우선 한나라당 당론부터 확정지어야 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한 정당에서 하루 사이에 두 개의 법률안이 상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만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하면 그것은 선거운동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공청회는 반드시 붙여야 한다. 절대로 다시 또 시행착오를 거듭해서는 안된다. 실수는 이제 그만하라. 백년대계의 철학으로 중심잡고 과학과 상상력의 힘에 의지하여 이를 구현해나가려면 신중함이 필요하다. 교육문제는 특히나 그러하다. 아이들을 생각하라. 우리들의 미래다.

<김학준의 우리는 이어도로 간다 designtimesp=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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