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에게도 똑같은 인권을…"

 지난 칼럼 이후 우연히 케이블TV 토크 프로그램에서 10대 시절 가출과 자퇴, 방황의 경험을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골든벨 소녀'라는 프레임이 붙은 김수영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지금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매니저가 되어 있다. 그녀는 10대 시절 가출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당시 유행했던 서태지의 노래 '컴백홈'의 한 구절,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을 닦고 comeback home~"라는 가사가 크게 와닿더란다. 그 후 그녀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 누군가의 흔적이 배인 버려진 학습지를 지우게로 지워가며 공부에 몰입했고, 실업계고 최초의 골든벨 주인공이 되었으며, 그녀가 다니던 실업고교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4년제 명문대에 진학했다.

 가출과 자퇴로 얼룩진 중학교 때 누구도 그녀의 꿈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방황하는 10대에도 꿈은 있을 수 있는데, 다만, 그것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멘토'가 아쉬웠음을 고백한다. 나에게 그 멘토란 어떤 개인일수도 있겠지만, 사회의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단적으로 정치인의 공약들 중에 청년 일자리 문제는 늘 중요한 화두가 되지만, 자퇴나 가출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방황하는 10대에 대한 관심은 사회의 공론에서 예외인듯 하다.

  학교 '밖' 혹은, 학교안에서조차 일탈의 경계에 선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몇 분에게 이 일을 함께 의논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고나서 이뤄진 모임에서는 다양한 진단과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 가출에 이르거나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뛰쳐나온 아이들이 아니라, 밀려난 아이들"이라는 얘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적어도 그들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들을 이른바 '문제아', 혹은 낙오자나 잠재적인 범죄자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조차도 그런 사회의 시선을 자신의 문제로 돌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본 어느 블로그 글에서는 지금 아이들의 가출이란 비단 학교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집과 지역사회를 떠나 길위의 세상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이 처음으로 가출하는 시기는 13세 이하가 50%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2007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출청소년 중 80% 이상이 잠잘 곳이 없거나 끼니를 거르는 등 생활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여자 가출청소년의 7.9%는 용돈을 구하기 위해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자 역시 2.5%가 성매매로 용돈을 마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들의 가출이유는 대부분 '구속이 싫어서', '자유롭고 싶어서'라고 한다. 가출한 아이들을 위한 쉼터같은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그 곳에 조차 들어가기를 꺼린다. 구속이 싫어서, 자유롭고 싶어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 가출이라면, 이는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그 아이들 중 일부가 청소년 노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 생활이 익숙해지기 때문이라고 여길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할지라도 어린 나이의 가출이 성인노숙으로까지 이어지도록 방치되는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고유기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선생은 "당연하다 싶은 것도 다시 한번 의심하고 또 의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아이들의 가출이 뛰쳐나간 것이 아닌 밀려난 것이고, 구속이 싫어서, 자유롭고 싶어서 이뤄진 선택이라면 그들의 자유의지를 제약하는 가족, 학교, 사회야말로 위험한 위계라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성인의 눈에서, 사회의 시선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가족=학교=사회의 등식이 가출하는 아이들의 눈에는 갑갑한 위계로 다가갈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가출자체는 '문제'가 아닌 자유의지의 '선택'이고, 오히려 이러한 선택이 가족=학교=사회라는 '당연한 등식'의 비정상성이 강요한 결과라는 식의 생각의 전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잘못된 위계의 해체로 아이들의 자유의지가 가족과 제도안에서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 전에 가출에 대한 시선을 교정하고, 가출이 사회적 병리가 아닌 자유로운 사회의 현상처럼 받아들여지는 건강한 관용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가출하는 아이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똑같은 권리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단지 가출한 것 뿐이니까. <끝>

* 《펭귄 날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블로그》www.ivoice.or.kr 에서 관련된 좋은 글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 11월 25일(목) 저녁에 청소년 문제에 관한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시간, 장소는 추후 알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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