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춥기도 하였네' 출판기념회 12일

강덕환 시인이 오랜 시간 발품을 팔면서 듣게 된 제주4.3의 사연들을 시로 엮었다. 1992년 시집 ‘생말타기’ 출간 이후 18년만에 출간한 ‘그해 겨울은 춥기도 하였네’다.

‘생말타기’가 가족사와 농촌현실, 고향 등 전통적 정서를 진득하게 풀어낸 이야기였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도의회 4.3조사위원 등을 역임하며 몸소 터득한 4.3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집이 군인덜 들어완/애 아신고라, 찬물 도랜허난/물은 바당에 가사 싰주 허멍/정지에 강 써넝한 물 거려단 안네난/이게 찬물 아니냰허멍 개머리판으로/물항을 팟삭 벌러부렀잰게 원, 모실포서’ (‘목마른 자는 항아리를 깨트린다’ 중에서)

마치 4.3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만한 4.3 시어는 없다는듯 증언자들의 목소리를 꾸욱꾸욱 눌러 쓰고 있다. 시인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들의 사연에 고작 행을 가르고 연을 나누는 일에 불과하다. 그러니 함부로 내가 썼다고 할 수 없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예술성이 누락된 것은 아니다. 동시에 사료와 예술작품으로 존재하는 그의 시는 제주4.3의 역사성, 사회성을 부각하는 시의 새로운 형태를 개척하고 있다는 의미도 부여된다.

이번 시집에는 제주어가 유독 생생히 살아 있다. 이에 대해 김동윤 문학평론가는 “4.3의 상황이 제주어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그 울림이 더욱 배가되고 있다”면서 “제주어로 말하는 4.3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4.3의 속살을 알 수 없다는 신념의 반영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현기영은 “4.3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도민이 4.3을 잊는 것”이라면서 “이 시집의 목소리, 망각에 저항하는 그 목소리가 절실한 울림으로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다”고 평했다.

강 시인 역시 “모르거나 모른 척해 온 변방의 역사는 저만치 예순 해를 넘어 화석으로굳어지려 하는데 4.3으로 인해 허공에 흩어진 넋들의 제상 앞에 한 개비 향촉도 되지 못하는 시집이 무슨 대수”라고 말하며 “조급해 하지 않기로 한다. 막힐 때 에둘러 가더라도 끊임없이 꿈틀거리기로 한다. 앙상한 억새밭 방홧불 질러도 뿌리까지 태우지는 못할 것임을 믿기로 한다”고 고백한다.

▲ 강덕환 시인. ⓒ제주의소리
이번 시집의 출판기념회가 12일 오후 7시 놀이패 한라산 연습실에서 ‘강덕환과 함께 4.3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판기획 풍경 주최로 열린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강덕환 시인 본인에게서 직접 집필 동기와 제작과정에 얽힌 소회, 시인의 작품에 모티브가 된 4.3유족의 내력담을 본풀이 형식을 빌려 들어볼 예정이다.

시인 강덕환은 1961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를 졸업했고 풀잎소리 문학동인, 제주청년문학회 등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문의=064-711-0120.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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