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효 의장, 예산지원 내걸어 점진안 강요 '논란'

행정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를 앞둬 혁신안과 점진안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에 특정안에 대한 지지운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8일 오후3시30분 제주산업정보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제8회 제주시보육시설 원장·교사 연수회에 축사차 참석한 송태효 제주시의회 의장이 "점진안을 선택하면 해외견학도 보내주겠다"고 말해 일부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 송태효 제주시의회 의장이 18일 보육시설 원장 교사 연수회에서 점진안을 선택하면 예산을 더 주고 해외견학을 보내주겠다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다. ⓒ 사진 제주시의회 홈페이지
이날 행사는 제주시 주최로 열렸으며, 시는 행사직전 도내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등 350여명에게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점진안에 치우친 듯한 인상을 과도하게 심어줬다.

이어 축사에 나선 송태효 의장은 이날 행사를 축하한 후 "점진안을 선택하면 더 많은 예산을 (보육시설에) 지원하고, 교사 해외견학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점진안과 혁신안 대한 찬반논쟁이 가열되면서 시장·군수, 기초의회가 혁신안을 반대를 선언하고 점진안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도민들의 지지를 유도해 왔으나 이 처럼 '대가'를 내건 것은 처음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비록 지방의원인 경우 주민투표 발의와 상관없이 주민투표 운동, 즉 특정안에 대한 찬반운동을 벌일 수 있다 하더라도 공인인 시의회 의장이.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점진안을 선택할 경우 예산을 더 지원하고, 해외견학도 보내주겠다고 밝힌 것은 너무 지나친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연수에 현장에 참석했던 한 교사는 "어느 안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도민의 몫이나 시의회 의장이 점진안을 선택하면 예산도 더 주고 해외연수도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거꾸로 혁신안을 선택하면 예산도 없고, 해외연수도 보내주기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설령 의장이 농담조로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혜택을 말하는 것은 결국 교사들에게 특정안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제주시가 지난 16일부터 각 동을 순회하면서 벌이는 동별순회 설명회 역시 도민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당초의 취지에서는 비켜난 '객관성'을 상실한 설명회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시가 동별 순회설명회장은 물론 각 가정마다 배포에 들어간 홍보자료 자체에서부터 점진안을 선택하려는 의지를 짙게 풍기고 있는데다 설명회 현장 역식 혁신안에 대한 '단점'만을 집중 부각시키는 방법을 통해 혁신안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

제주도가 지금까지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특별자치도와 연계시켜 자연스레 혁신안 지지를 이끌어 왔다면, 제주시와 21일부터 시작될 서귀포시의 홍보는 이와는 반대로 '점진안'만을 노골적으로 유도해 질과 양면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보여줬던 제주도, 그리고 현재 한창 설명회를 진행하거나 할 예정인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설명회는 주민투표로 특정안이 선택될 경우 도민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혼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결국 선택의 피해자는 도민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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