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유물 100여점 발굴…제주구석기史 ‘공백기’ 연구 단초

▲ 서귀포시 천지연 인근 '생수궤' 유적이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다량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는 등 제주 최초의 구석기 유적임이 확인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 천지연 생수궤유적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에서 제주의 첫 구석기 유적지임이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굴과정에서 다량의 뗀석기들이 발견됨으로써 생수궤유적이 최소한 후기구석기시대에 형성되었음이 확인됐다.

12일 서귀포시는 서귀동 795번지 속칭 ‘생수궤’에서 제주 최초로 구석기 유물이 대량 발굴돼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분포는 물론 제주도 고고학의 구석기 시대 연구에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생수궤 유적은 서귀포 천지연 칠십리교 입구 우측 도로에서 천지연 방향으로 100미터 지점에 있는 유적으로 지난 1975년 영남대 정영화 교수에 의해 구석기 유적으로 최초 추정된 바 있는 곳이다.

▲ 천지연 생수궤 유적에서 발견된 좀돌날몸돌 등 다량의 석기류들.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약 100여점의 석기류를 출토했다.  ⓒ제주의소리
지난 2005년 3월16일 서귀포시향토기념물 제1호로 지정되기도 한 천지연 생수궤유적은 너비 270cm 높이 600cm의 바위그늘 유적으로 제주어로는 ‘궤’라고 부른다. 
 
앞서 서귀포시는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권상렬)과 ‘생수궤유적 발굴조사용역’ 계약을 체결, 지난 8월20일부터 오는 11월17일까지 이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에 국립제주박물관은 생수궤 유적 발굴 조사를 진행, 이번 조사에서 구석기시대 대표 유물인 ‘좀돌날몸돌’과 ‘좀돌날’, 긁개, 밀개 등 구석기 유물 100여점을 다량 출토했다.

국립제주박물관 조사팀은 “생수궤 유적은 최소한 후기구석기시대에 형성된 유적으로 보인다”며 “특히 유적에서 발굴되는 다량의 뗀석기들 중 돌날몸돌과 좀돌날몸돌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또한 낙반석을 이용한 석기제작기법들은 한반도의 다른 동굴유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생수궤 유적의 독특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굴에 참여한 관계자도 “현재 토양을 이용한 연대측정이 진행 중이므로 유적 형성시기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제주고고학의 공백시기라 할 수 있는 구석기시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귀포시와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날 생수궤유적 발굴조사의 현장설명회를 겸한 지도위원회를 오늘(12일) 오후2시 유적 현장에서 열고 전문가들로부터 출토유물과 유적의 성격.편년 등은 물론 향후 추가조사 여부와 처리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지도위원으로는 조현종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최복규 강원대 사학과 교수, 한창균 한남대 역사교육과 교수, 박희현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김성명 국립청주박물관장, 이기건 조선대 사학과 교수, 성춘택 경희대 사학과 교수 등이 참석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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