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내가 떠나보내고 돌아올 뿐입니다
나무가 옷을 벗어
온기를 빼앗긴 대지를 덮어놓고
시린 황혼 길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갑니다.
다 털어버리고 가니 홀가분할 터인데
뒷모습 바라보다 시점 잃은 나의 눈살은
텅 빈 허공을 떠다닙니다.
그렇게
낙엽이 새처럼 자유를 찾아 떠난 자리로
새는 낙엽 되어 돌아옵니다.
이별의 싸늘한 가슴에
위안의 춤사위라도 펼치듯
붉은 단풍놀이가 끝나면
무채색의 군무는 펼쳐집니다.
철새들의 고향을 어디일까요.
새들은 얘기합니다.
당신은 시린 겨울이 온다지만
우리들에겐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라고.
하여, 저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보내고 돌아올 뿐입니다.
따라, 시리다 따뜻하다 변덕을 일으킵니다.
따라, 비워지다 채워지다.
따라, 춤추다 적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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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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