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갤러리하루 대표, “재건축 대신 예술인을 살게 해야” 제언

▲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석수시장'. 이곳에 대안 미술 프로젝트인 '석수아프로젝트'가 운영되면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이 진행됐다. 건물 외벽에 시장 상인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거주 예술가들의 '어머니' 역할을 했던 한 상인과 그의 초상화.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사람이 빠져 나간 구도심과 농촌 지역을 활성화 시킬 수 방법으로 ‘예술인 거주 프로그램’이 제시됐다.

제주지역에서는 옛 제주대학교병원 인근 지역과 그외 서귀포시를 비롯한 제주시 도심 외 지역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공동체 쿠키 이승택 대표는 17일 오후 서귀포시 중앙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도시 재생’ 세미나에서 “예술인 거주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가치들(친환경·인간중심 등)이 ‘도시재생’을 하는 하나의 원리로써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서귀포시를 거점으로 제주도전역에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공동체 쿠키의 이승택 대표.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문화예술공동체 쿠키는 서귀포시 월평마을에서 2년째 ‘예술인 거주 프로그램(예술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입주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이 여러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만들어 내는 지역의 다양한 예술적 변화들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도심이나 농촌지역에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생각한다. 이는 보통 새건물을 지어 상업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이라며 “재건축 등으로 ‘도시재생’을 이루려면 획기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글로벌금융위기와 같은 자본주의의 임계지점으로 보이는 전세계적 현상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창조도시 이론’이다. 일본의 가나자와와 히로시마 그리고 이탈리아의 볼로냐 등이 창조적인 방법을 통해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도시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며 “쓰다 남은 공간을 이용해서 예술공간을 만들고 이것이 지역을 활성화하는 기초를 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빈집을 활용한 방법은 지역에 기반하고 인간적이며 친환경적인 방법들”이라며 “’예술인 거주 프로그램’이 개인 예술인을 지원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지역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에서는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주현대미술관,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제주문화포럼, 모던아츠, 강승철, 이가영 등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17일 서귀포시 중앙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도시재생' 세미나에 참여한 패널들(단상 위에 걸터 앉은 이들)과 맞은 편에 앉아있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입주자 외 제주도민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단상에 앉아 있는 패널들의 왼쪽부터 곽소연 스톤앤워터 프로그램 매니저, 황석권 월간미술 기자, 서상호 오픈스페이스 배 디렉터, 이승택 문화예술공동체 쿠키 대표.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제 막 출발점에 선 제주와 달리 이미 수년간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해 온 앞선 지역들이 겪었던 고민들도 소개됐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석수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석수아트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스톤앤워터의 곽소연 프로그램 매니저는 “공적 지원금에 의존하기에 지속성이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이 고민이라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 기획사업이나 컨설팅 부분을 특화해 기업화 시키고 이를 통한 수익은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해 장기적으로는 기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고있다”고 말했다.

황석권 월간미술 기자 역시 “(전국적으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기금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프로그램의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 기자는 또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신진작가들의 이력서에 한 줄 더 쓰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변질 됐다”며 운영 주체들이 엄정한 선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 배의 서상호 디렉터는 “제주지역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는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제주다움’이 있어야 한다”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라는 입소문이 날 정도로 몇년간 운영이 된다면 좋은 작가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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