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사] ‘해군기지 수용’ 발표 이전 행정절차 이행…진정성 ‘의심’
“발표할 내용 의장과 협의?” 위증 논란 휩싸이며 ‘사과’→속기록 삭제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와의 정책협의를 통해 국방부(해군)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 및 각종 행정절차 중지 요청을 해놓고는 은근슬쩍 행정 절차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는 18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건설갈등해소추진단 소관 업무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지난 15일 우근민 지사가 시정연설을 통해 전격적으로 발표한 ‘강정 해군기지 수용’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황용남 단장이 “지사께서 의장과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위증’ 논란까지 일며 “발언이 잘못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우 지사가 ‘강정 해군기지 수용’을 천명하기에 앞서 이미 행정 절차가 이행되고 있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강경식 의원은 “제주도는 지난 10월6일 해군기지 건설 관련 공사 및 각종 행정절차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국방부와 해군에 보냈다. 도민들은 이후에 공사 및 행정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시사했다.

강 의원은 곧바로 제주도정의 ‘두 얼굴’을 공박했다.

강 의원은 “현재 어업보상과 관련해 법환·대포마을 대상으로 한 주민공람 공고가 난 것으로 안다. 사실이냐”고 확인하자 황 단장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그렇다면 이번 주민공람 공고는 서귀포시가 단독으로 한 것이냐, 아니면 도지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냐”고 추궁했고, 황 단장은 “시장이 판단해서 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에 강 의원은 “도민들은 현재까지도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중단되어 있고, 행정절차도 더 이상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에서는 공사 중단·절차이행 중지 협조공문을 보내놓고, 지금에 와서 강정마을 또는 도민적 합의도 거치도 않고, 행정에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이중적인 행태가 아니냐”고 강하게 몰아 붙였다.

우 지사가 발표한 ‘해군기지 수용’의 전제가 됐던 ‘구두약속’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동훈 의원은 “지사께서 15일 시정연설을 통해 해군기지 수용 입장을 밝혔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말 밖에 없는 것이다. 국책사업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느냐”고 추궁했다.

우 지사의 전격적인 ‘수용’ 발표가 대의기관인 의회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 의원은 “지사께서는 수시로 의회와 협의를 하겠다고 해놓고서는 한건 터트리자 식으로 발표를 했다. 이런 게 의회와 협의를 하겠다는 자세냐”고 질타했다.

황 단장이 “해군기지특위 위원들과는 협의를 했다. 지사께서 의장과도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하자, 의원들은 ‘의장과의 협의’ 발언의 진위를 따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는 사회를 보던 위성곤 위원장이 먼저 “그 부분(의장과의 협의)에 대해서는 정확이 얘기를 해야 한다. 보고 수준인지, 아니면 숙의를 한 것인지 정확히 답변하라”고 진위 파악에 나섰고, 박원철 의원도 “행정사무감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증인 선서를 했다. 정확히 얘기하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증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가세했다.

이에 황 단장은 “막연하게 얘기를 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를 했고, 해당 부분을 속기록에서 삭제했다.

윤춘광 의원은 15일 우 지사의 ‘수용’ 발표가 너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강정마을에는 찬성과 반대, 중립, 그 중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데, 이번 발표로 원만한 추진을 희망했던 그룹이 코너로 몰리게 됐다”면서 “발표에 앞서 사전에 마을주민들과 협의를 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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