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해석 쟁점] 각 사안마다 위법여부 판단해야

중앙선관위가 주민투표 발의 전 특정안 지지행위에 대해 '사전 투표운동'으로 규정함에 따라 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0일 제주도선관위가 질의한 5개 항목에 대해 3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주민투표법'에 관한 첫 유권해석을 결정했다.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 핵심은 주민투표를 실시함에 있어 도지사는 물론 시장 군수가 주민들이'정확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되,
이 같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제공 차원을 넘어 자의적 주관적으로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이는 사전 주민투표로 주민투표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 객관적인 설명회는 가능, 편향적인 정보 제공·특정안 지지 유도행위는 금지

즉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진행하고 있는 '동별설명회'는 가능하나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지 특정안 지지를 유도하는 설명회가 돼 서는 안 된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입장이다.

또 이는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 누구에게도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가 이 같은 유권해석의 근거로 '주민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장이 각종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제4조)'는 규정과 '주민투표 운동이라 함은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에 관해 찬성 또는 반대하거나 주민투표에 부쳐진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지지하는 행위를 말한다(제20조) 조항, 그리고 '투표운동은 주민투표 발의일부터 주민투표일의 전일까지 한해 할 수 있다(21조)'를 들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라는 사안의 민감성과 찬반양론의 팽팽한 입장대립을 감안할 때 유권해석 내용은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않고 있다.

# 쟁점 1 : 언제부터 사전투표 운동 적용시점으로 할 것인가


우선 첫째로 제기되는 문제가 사전투표운동의 시점이 언제부터인가 이다.

일반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인 경우 투표실시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으나 주민투표인 경우 주민투표가 언제할지 확정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이를 묶기에는 국가현안,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 실시가 사실상 확정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 사전투표운동의 시점을 결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처럼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상 행자부장관이 제주도지사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함으로써 법적인 효력을 지니게 된다. 이에 따라 최소한 주민투표 요구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등의 사전투표운동의 시점마련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

중앙선관위는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언제부터 사전투표운동이 적용되는 시점으로 정할지 문제는 상당한 쟁점으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조만만 빠른 시일내에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쟁점 2 : 특정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찬성유도 행위로 볼 것인가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동별순회 설명회에서 진행되는 어떤 내용을 특정안 찬성유도 행위로 보고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할 것이냐는 문제다.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동별순회설명회에 대해 "주민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말하는 자신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설명회 현장에서도 자치단체 공무원 또는 강사가 나서 점진안의 장점과 혁신안의 단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혁신안이 됐을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위헌소지가 있으며 지방재정이 줄어들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경우 "그렇다"라고 답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으로 이 답변을 특정안 유도행위로 볼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선관위와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 특정안에 편향된 제주시·서귀포시 홍보자료 배포는 '사전 투표운동'
 
다만 현재 제주시가 설명회장과 각 가정에 배포하고 있는 홍보자료집은 중앙선관위 판단에 따를 경우 '객관성'을 상실한 것으로 이를 토대로 설명회를 하는 것 자체는 사전 투표운동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제주시나 서귀포시가 독자적인 설명회를 할 경우 최소한 지금의 홍보자료가 아닌 '양적·질적'으로 균형을 갖춘 자료를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주민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언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을 '사전 투표운동'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도 걸려있다.

중앙선관위는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은 통상적인 '사전 투표운동'과는 별도로 보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게 사전투표운동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그 내용에 따라 사안별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가 발의돼 본격적인 찬성운동에 돌입되기 이전까지 사전투표운동 여부는 각 사안별로 그 때마다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선관위와 상당한 마찰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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