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연구소, 30년 연구 집대성한 '천연동굴 분포도' 제작

제주도 전역에 산재한 천연동굴들을 한눈에 알수 있는 '천연동굴 분포도'가 나왔다. 제주 최초의 '동굴 지도'인 셈이다.

사단법인 제주도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는 지난 74년부터 올 2월까지 29년에 걸친 동굴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제주도 천연동굴 분포도'를 제작했다. 위성사진에다 천연동굴의 분포현황을 입체적으로 기록함으로써 생생함을 더해주고 있다.

연구소팀은 이번에 도내에 분포하는 천연동굴지대 45개, 모두 162개를 조사 확인했다. 지난해말 전수 조사때 확인한 158개보다 4개 더 추가됐다. 추가 조사 여부에 따라 천연동굴수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세계적인 천연동굴의 보고임을 입증한 셈이다.

더구나 연구팀이 분포도에 담은 동굴은 말그대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천연동굴로서 일제치하 인위적으로 조성된 진지동굴 등은 아예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런 것까지 더하면 얼마든지 동굴 총수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이 동굴 분포도를 제작한 것은 제주도 천연동굴에 대한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화산섬인 제주도 땅밑에는 마치 사람의 혈맥처럼 천연동굴인 화산동굴(용암동굴, 수직동굴, 틈새동굴)이 분포하고 연안에는 해식동굴이 분포함으로써 제주 자연에 대한 경관적 문화재적 학술적 자연자원적 등의 면에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분포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는 도평 노형 이도 오등 사라봉·화북봉 봉개동등 모두 6개지대 14개의 동굴이 조사됐다.

서귀포시는 미악산 정방 고근산 범섬 영실 색달동 등 6개지대 18개가 확인됐다.

북제주군은 가장 천연동굴이 많이 분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와흘 북촌·동복 선흘 묘산봉·김녕 덕천 월정·행원 송당·성읍2리 우도 굽은오름 고산 신창 금능·월령 비양도 협재 상명 금악 어음 고내 유수암 등 19개 지대 81개가 조사됐다.

남제주군은 수산 온평 삼달 신천 성읍 표선 남원 수망 아리랑고개 상천 동·서광 산방산 송악산 마라도 등 14개지대에서 49개가 분포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분포도가 제주도의 지하 환경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제주도 천연동굴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천연동굴에 대한 보존 필요성을 일깨우는 한편 각종 개발사업에 앞서 지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데도 일조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발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개발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세화·송당지구의 경우 천연동굴의 존재가 속속 드러나면서 개발이 상당기간 지연된 선례가 있다. 또 GIS(지리정보시스템)과 함께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따른 개발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그러나 분포도가 각 동굴지대 및 동굴에 관한 정밀한 종합 내용이 아니라 천연동굴 지대 및 위치를 개략적으로 도면화한 것이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깔았다.

연구팀은 분포도 작성 과정에서 이들 천연동굴들이 그 소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방치되고 있고 일부는 바로 위로 버젓이 도로가 나 있는등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책임자인 손인석 소장은 "제주도가 세계적으로도 천연동굴의 보고임을 다시 한번 알수 있었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천연동굴을 보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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