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칼럼] 건강한 사회적 자본 구축을 위하여

사회적 자본이란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 자산을 말한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Francis Fukuyama)는 그의 명저 트러스트(Trust)에서 선진국가는 ‘신뢰’등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국가라고 지적하였다.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관청을 신뢰할 때 경제활동의 거래비용은 감소되고, 정부는 효율적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 향상을 위한 선결과제로서는 획기적으로   비리와 부조리 부패 척결이 필요하며 이것을 위해서는 우선 패밀리즘(Familism)을 타개하기 위한 연고주의의 타파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제주도의 '괸당문화’, 좀 더 그럴싸한 용어를  빌린다면 이것 또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구성원들이 협력적 행위를 촉진시켜 사회적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괸당문화를 순기능적으로 전환할 때 지역은 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는 것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어느 나라나 자치단체든 할 일은 태산 같지만  세금은 일정한 규정에 의하여 징수하기  때문에 언제나 재정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부족한 재원을 각종 사회조직이  자기 재정과 자기의 노동력으로 충당하여 국가나 자치단체가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봉사함으로서 지방정부의 효율성은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라이온스나 로타리와 같은 국제봉사 단체와 같이 관청에 의존하지 않고 회원들이 심시일반 기금을 모아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고 노인목욕봉사와  시력, 청력장애인들을 비롯하여 언챙이 수술  소마마비를 박멸하는데 봉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 시민들은 누가 먼저 관청의 돈(혈세)을  챙기는 냐가 아니고 누가 먼저 기부를 하고 국가를 대신하여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위하여 어떻게 봉사하는 냐를 생각한다. 반면에 사회적자본지수가 낮은 후진국들은 정치지도자와 결탁하여  이권이나 눈먼 보조금을 받는 냐에 관심이 높다. 이것이 도를 지나치면 총체적인 사회부패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사회적 자본지수가 낮을 수록 혈세는  축나고 재정은 빚덩이가 되어 고스란히 도민의 몫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평가하기 위하여 사회적 자본 지수를 사용하는데 10점을 만점으로 평가한다.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미국 등이 8점 이상의 사회적 자본 지수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5.70으로 OECD 29개국 국가 중 22위에 해당한다. 사돈에 팔촌으로 온 도민이 얽혀진 제주도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이것보다 낮은  5.0 이하로 전국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왜 이 처럼 낮은 수준인가.

서울대 이재열 교수 등 연고주의와 세계화를 연구한 학자들은 한결같이 “지역사회 공동체와 사회적 자본”에서 괸당문화는 패거리 연고 문화를 양산하고 이로 인하여 낙후된 정치현실을 만들어  정권유지 이데올로기로 변질하였다고 진단하고 있듯이  이러한 양상은 전국적으로 비슷하나 제주도가 극심한 것은 괸당문화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괸당문화’는 수눌음과 같은  전통적인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정신으로 자리매김하여 왔으나 1995년 민선 이후 재당선을 위한 정치적 포퓰리즘의 만연으로 정치지도자와  괸당문화가 얽혀서  악어와 악어새의 상리공생의 관계처럼 변질되었다. 그 결과 민선도지사의 지지 세력화의 바탕이 되어 분파주의가 심화되고 선심성, 낭비성 예산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권교체기에 대폭 증가되는 반복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알면서도 개혁을 못하는 것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도의 경우 관청의 영향력은 거대 공룡조직이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은 무려 지역총생산(GRDP)의 35% (타시도는 15% 내외)이며 도청이 직 간접인 영향력에 있는 종사자가 무려 10만 여명에 이루고 있으니 누가 제왕적 권력과 막강한 재정에 대항하겠는가 특히나 낮에는 민주주의 투사로 변신하여 비판하면서도 밤에는 성님, 삼춘하는 이중 구조적 사회적 자본에 발목잡히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  자기생존을 위해서나  왕따를 면하기 위한 좋은  방편이 되어 왔음을 부인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 ‘괸당문화’에 손쉽게 기대고 싶어지고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그러한 전략이 가장 효과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행태는 20여년 동안 타성이 되어 왔기 때문에  정치적 타성의 함정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고 앞으로도 요원한 일들이다. 

▲ 김호성 전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낮은 사회적 자본지수로서는 국제자유도시건설이나 선진국이 될수 없다. 이제 제주의 미래를 위하여 사회지도층 교수를 비롯한  지식인층 부터라도 각성하여 선진 정치문화, 건강한 사회적 자본의 구축을 위하여 ‘괸당문화’의 폐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민선 5기 도정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예산편성에 대개혁을 한다기에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다. 민선 20년 그 동안  정치적 타성의 함정을 벗어 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여  특별자치의 새로운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전행정부지서  김호성 

*편집자주 : '괸당'의 표기가 옳지 않으나, 본래 바른 표기법(제목상 표기법)은 인터넷과의 충돌로 보이지 않아 부득이 사용하게 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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