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우익 12개 단체 성명, "진상보고서 인정 못해"

정부차원에서 4.3진상보고서가 확정되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도민 사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대한민국건국희생자제주도유족회 등 도내 12개 우익 단체들이 "제주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절대 인정 할 수 없다"는 입장의 성명을 밝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들 12개 단체들은 28일 지역 일간지를 광고를 통해 "지난 15일 확정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심히 왜곡 편향된 보고서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가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군.경 및 민간인의 희생을 무시하고 4.3폭동에 대한 진압의 불가피성에 대한 언급이 없이 일방적으로 과잉 진압만 부각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또 "4.3사건은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무장폭동이지만 진압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사건이라는 기조하에 기술되어야 하는데도 많은 희생자를 낸 원인을 제공한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을 봉기로 미화시키고, 무장 폭도들에게 희생된 군.경과 민간인 1천764명에 대한 가해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이 이날 성명을 낸 것은 정부차원에서 4.3의 진상이 마무리된데 대해 좌우 이념의 불을 다시 지피고,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31일 제주를 방문해 4.3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힐 것에 대한 사실상의 제동걸기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들은 4.3진상보고서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진상보고서를 역사의 보편성이 아닌, 특정의 주장이 관철된 보고서로 폄하시키려는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4.3위원회는 역사전문가 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경찰, 그리고 우익성향을 지난 단체 전문가들까지 참여 2년여 동안 폭넓은 자료조사와 토론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 대부분이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채 강경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군경의 주장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같은 내용은 이미 4.3위원회에서 수십차례 제기됐으나 역사의 객관적 서술이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내용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4.3연구소 오승국 사무처장은 "이들 단체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하는 중요한 시점에 재를 뿌리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오승국 사무국장은 또 "4.3진상보고서 제정 이후 계속 우익 단체들의 딴지 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 도민으로서도 불쾌하다"고 말했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지난 15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에서 확정되었으며 4.3특별법에 의해 작성되고 인권침해 규명에 역점을 둔 정부 차원의 최초 진상조사보고서로서 의미가 높다.

또한 4.3사건 발생 55년 만에 정부 차원에서 조사된 '4.3 종합보고서'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고서는 사건의 배경과 전개과정,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 4.3당시 발생한 대규모 인명 학살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경종을 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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