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38) 다달이 찾아가 뵙던 수덕 좋은 할망 - 성읍1리 안할망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안할망당 ⓒ양영자

정의현청인 일관헌 옆 천년의 느티나무와 팽나무 아래 서 보라. 이파리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빛과 햇살을 마주하노라면 불현듯 우주 미아가 되어 버려진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팽나무와 마주하여 선 일관헌은 정의현감이 정사를 보던 곳으로, 마당에서 죄인을 다스리는 등 일반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곳이다. 그 일관헌 옆에 안할망당이 있다.

과거 성읍에는 본향당 외에도 높은당, 낮은당, 일뤳당, 개당, 쉐당, 문호당이 있었고, 그 외에도 여신들을 모시는 안할망당, 광주부인당, 창방할망당, 옥할망당(옥토부인), 상청할망당(상소부인), 동헌할망당 등 스무 군데에 이를 만큼 많은 당이 있었다.

일관헌 좌측으로 올레가 나 있다. 안할망을 뵈러 가는 길이다. 마을사람들은 당신이라기보다는 ‘안할망’, ‘안할마님’, ‘관청할마님’이란 친근한 호칭을 부르면서 드나든다. “젊은 땐 달달이 대녀낫주.” 마을사람들은 이 길로 한 달에 한 번씩은 수덕 좋은 안할망을 뵈러 드나들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안할망을 위한다고 밤낮으로 여성들이 들락날락 하니까 주재소에서 치워버리자고 했으나 경사 주임이 “그런 도움을 주는 할망은 모셔야 한다.”고 하여 계속 모셨다고 한다. 3년에 한 번씩 마을에서 소를 잡아 굿을 하였는데, 제주4·3사건에도 굿을 거르지 않을 정도였다. 마을사람들은 제주4·3사건 때도 안할망을 잘 모신 결과 성읍리만은 습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과거에 안할망당은 팽나무를 신목으로 삼아 돌을 쌓고 제단과 울타리를 둘렀었으나 1971년 성읍리사무소를 신축하면서 일관헌 서쪽 돌담 너머에 6.6㎡(2평) 가량의 슬레이트집을 지어 옮겼다가 지금은 기와집에 모시고 있다.

안할망은 성읍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신수를 관장하고 풍요를 갖다 주는 신이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懸海守護神之位’라고 쓰인 위패를 모시다, ‘안할망神位’라고 새겨진 비석을 세웠다. 마을의 이동백(1920년, 남) 어른은 할망의 위패나 비석, 당의 명칭이‘수호신-관청할망-안할망-수호신-관청할망-안할망’으로 거듭 바뀌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안할망神位’가 조각된 비석은 당집 한 켠에 방치되어 있고, 그 대신 제단 위에 감실을 마련하고 원래 모셨던 비녀, 옥구슬, 거울을 넣어 기왓장을 덮어 놓았다. 마을사람들끼리 심사숙고하여 원형을 되살리자는 데 합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감실 옆에는 기왓장에 쌀을 넣어두고 있어 안할망이 풍요와 부를 주는 신임을 알려 준다.

예전에는 심방들이 신물을 마련하여 궤어 놓거나 당골들이 돈을 올려놓으면 가져가 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에 당집을 지어 관리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으나 미신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때 한 뜻있는 청년이 인부를 데리고 가 당할망을 위해 기왓장을 올렸더니 없던 아기가 생겼다고 한다.

최근에는 신의 수덕과 가호를 입고자 하는 부산의 무속인이 개량한복을 해다 안할망에게 바쳤다. 할망은 수덕이 좋아서 종달리서부터 법환까지 정의고을 관할 모든 사람이 다니는데, 특히 공무원 아내들이 다닌다.

정초가 되면 제각기 찾아가지만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언제고 찾아간다. 자식의 입학, 취직, 승급 시험, 대회에 출정할 때, 장사하러 다른 지방으로 나갈 때, 소송사건이 생길 때 등 그리고 집안의 액운을 막고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때는 꼭 안할망을 찾는다. / 양영자

* 찾아가는 길 - 성읍1리 성읍민속마을 남문 → 일관헌 서쪽 안할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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