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천타천 6명 안팎 거론...김영훈-양영식-서울인사 2명도 물망
옥석 잘못 고르면 특감 맞물려 역풍 소지...인사방식 변화 관심

'국민 생수'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의 제7대 박학용 사장이 지난3일 퇴임한 후 새 사장을 뽑기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 임박하면서 후임 사장을 놓고 하마평이 무성해지고 있다.  

박 사장의 퇴임이 '의원면직'이란 형식을 띠고 있지만, '8개월 단명'의 배경으로 작용한 제주도감사위원회의 특별감사가 우근민 지사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우 지사로서도 고민이 깊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애초 특감이 방만한 인사, 경영 등에 관한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의 지적에서 출발했고, 그 결과 임직원 31명에 대한 문책 요구와 함께 수사의뢰라는 초강수 카드가 나왔기 때문에 자칫 후임자를 잘못 고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만날 소지가 다분하다.

외형적으로 차기 사장은 공모를 통해 가려진다. 지방공기업법에 그렇게 하도록 규정돼 있다.

개발공사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를 실시한 다음 서류전형, 면접 등을 거쳐 2명의 후보를 도지사에게 추천하면 도지사가 이중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임원추천위는 외부위원 5명과 내부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도지사가 2명, 개발공사 이사회에서 2명, 도의회가 3명을 각각 추천한다.

임명권자가 도지사라는 점과,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사전 낙점 후 응모'라는 모양새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사장 후보로는 현재 6명 안팎이 물망에 올라있다.

먼저 도청 요직을 지낸 두 인물이 가시권에 들어있다. 오재윤 전 기획관리실장과 양만식 전 경영기획실장이다. 둘 다 우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풍부한 행정경험도 공통점이다.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 전 실장은 위축될대로 위축된 개발공사의 분위기를 추스르기에 적합한 관리형 인사로 꼽힌다. 다만, 풍부한 공직경험이 경영실적이 우선시되는 기업에서도 그대로 통하겠느냐는 의문점이 생긴다. 6.2선거에서 우 지사를 도운 점도 '보은 인사' 논란과 맞물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슷한 이력을 지닌 양 전 실장은 서귀포시장 공모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전력이 흠이라면 흠이다. 한 때 '아이디어맨'으로 통할 만큼 기획력을 인정받았지만 항간에 개발공사와 껄끄러웠었다는 설이 있어 내부 결속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와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서울지역 인사 두 명도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비교적 오랜 기간 우 지사와 친분을 맺어온 데다,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에 적임자라는 점을 들어 낙점 가능성을 높게 보는 예상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 사정에 어둡다는 점 때문에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밖에 김영훈 전 제주시장과 양영식 개발공사 전 본부장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6.2선거에서 우 지사 선대본부의 상임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김 전 시장은 그런 이력 자체가 우 지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데다, 본인도 선거를 끝으로 마음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본부장은 누구 못지않게 개발공사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과거 해임 관련 송사와 맞물려 결속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교차한다.  

또 친동생인 양영흠씨가 문화예술재단 이사장에 오른 점도 본인으로선 부담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하면 차기 사장은 도청 기획실장 출신 두 명에다 서울의 전문경영인 가운데 한 명일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오래전부터 우 지사를 곁에서 지켜본 한 인사는 "우 지사 스스로 이번 인선이 왜 중요한지 심각히 여기고 있다"며 "더구나 고강도 특감이 끝난 마당에 측근이라고 해서 섣불리 앉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석을 고르기 위한 임원추천위는 빠르면 이번주 안에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때를 같이해 공모 공고도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민선 5기 출범 이후 제주도가 사실상 인사권을 쥔 기관의 장이 교체될 때마다 어김없이 제기됐던 논공행상 논란이 이번에도 재연될지, 아니면 '표적 사정'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인사를 시도할 지 민선5기 도정 인사가 또한번 시험대에 서게 됐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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