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과열' 유증 우려...'합의추대'로 막판 유턴

도당 사상 처음으로 경선이 예상됐던 한나라당 제주도당위원장 선거가 '합의추대'로 선회할 조짐이다.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 후보등록을 마친 현경대 변경일 후보와 양정규 전 의원, 김태환 지사, 양우철 도의장, 그리고 김동완 선거관리위원장은 도당 대회 하루 앞둔 24일 오전7시30분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겸한 모임을 갖고 25일 예정이던 도당대회를 2주 후인 7월 9일로 연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당초 23일에서 25일로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두번째로 연기됐다.

한나라당이 도당위원장 선출을 위한 도당대회를 하루 앞둬 전격적으로 또 다시 연기한 배경에는 현경대 변정일 후보간의 경선구도가 예상보다 과열되면서 자칫 당의 화합을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일고 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 도당 대의원은 당연직 58명, 선임직 108명 등 158명으로 현재 현경대 후보와 변정일 후보간의 지지가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양 진영에서 대의원 접촉을 강화하면서 과열조짐이 나타나 지금 이대로 경선을 치를 경우 누가 이기더라도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부 대의원들은 "현경대 변정일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하라는 말이냐. 누가 누구를 찍었는 지 뻔히 보이는 상태에서 어떻게 투표를 할 수 있느냐. 경선으로 간다면 대회에 안 가겠다"며 경선자체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당초 사상 첫 경선이 치러지게 돼 당의 변화를 도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경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당 선관위도 양 후보의 과열경쟁으로 당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23일 오후 3시30분 전체회의에 양정규 현경대 변정일 3명의 전 의원을 참석시킨 후 "지금처럼 과열된 상황에서 경선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냉각기를 가질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또 한나라당 소속인 김태환 지사와 양우철 도의장도 나서 현경대 변정일 두 후보에게 경선만은 피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결국 24일 아침 두 후보와 양 전 의원, 김 지사, 양 도의장, 그리고 김동완 선관위원장 등 당 수뇌부들이 조찬회동 한 자리에서 일단 29일로 도당대회를 연기해 2주동안 냉각기를 가지면서 합의추대 가능성을 모색키로 했다.

현경대 변정일 후보와 양정규 전 의원, 김태환 지사와 양우철 도의장은 앞으로 몇 차례 모임을 갖고 누구를 합의추대해 나갈 것인지, 또 합의추대에서 제외되는 후보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벌여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도당 사상처음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도당위원장 경선은 '과열 후유증'으로 결국 지금까지 해 왔던 '합의추대'로 유턴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당 관계자는 "경선이 당의 변화를 이끌고 도당위원장 선출권한을 대의원들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후 "그러나 대의원수가 적고 두 후보간의 경쟁이 너무 과열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아쉬움이 있기는 하나 당의 화합차원이라면 합의추대도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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