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전 공공기관 '당혹감'속에 한 가닥 기대감
주택·교육·교통비·우수 직원 채용문제 등이 '관건'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이 발표된 직후 제주이전 기관으로 지정된 기관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에서는 제주이전을 사전에 예측한 곳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또 9개 기관 중 공무원조직은 제주이전에 대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대부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인 반면, 정부투자기관과 법인기관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들 기관 모두는 "제주라고 해서 못 갈 곳은 아니다. 제주도민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 줬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표정도 엿보였다.
이들 기관은 제주이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역시 자녀 교육과 주택문제를 제기했다. 또 항공기 이용에 따른 교통비와 기관운영비 부담, 그리고 우수인력 채용 문제점을 우려해 제주도가 하루 빨리 정부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반면 9개 기관 중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제외하고는 노조가 없다는 점은 일단 이들 기관의 제주이전이 정부와 제주도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제주의 소리'는 정부발표 직후 제주이전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9개 기관 임원과 노조위원장과의 긴급전화 통화를 통해 직원들의 분위기와 우려하는 문제점, 제주에 바라는 사항 등을 종합 취재했다.
# 건설교통인재개발원 “당혹감은 없다. 따르겠다. 2만여평 부지가 필요하다”
건설교통인재개발원 박근호 사무관은 "워낙 보안이 철저히 유지된 탓인지 우리가 건교부 직속기관이면서도 제주로 내려간다는 것은 방송을 본 후에야 알았다"면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니 만큼 일단 취지에 따르려고 노력하겠다"고 반응을 보였다.
박 사무관은 "우리 개발원은 건설과 교통분야 인재개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올해인 경우 연간 7500명이 교육을 받게 돼 제주에도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관은 이어 "현재 이곳(수원시)에 있는 개발원 면적이 연병장과 강의실, 기숙사 등을 포함해 1만3천평이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종 실험시설을 갖추려면 이 보다 더 큰 2만여평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세공무원교육원 “현재 느낌은 반반, 강사문제가 큰 걱정. 2~3만평 부지 필요”
이재현 교육원장은 "제주도 이전한다는 원칙만 발표됐을 뿐 어떻게 추진될 지 드러난 게 아직 없는 상태에서 뭐라고 이야기 할 지 잘 모르겠다"면서 "제주도와 앞으로 협의를 거쳐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이 원장은 "솔직히 제주이전에 대해 현재의 느낌은 반반"이라면서 "교육환경이야 제주가 좋고 또 우리 교육원에서 교육받는 국세청 직원이 연간 1만여명으로 짧게는 평균 3주에서 길게는 6개월을 묵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그러나 강사초청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면서 "비용문제나 시간 때문에 좋은 강사를 제 때 불러올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어 제주에서 좋은 강사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제주이전에 따른 문제점도 이야기 했다.
그는 "현재 교육원 부지는 1만평이 조금 넘는 면적이나 운동장과 체육관, 강당, 기숙사 시설, 그리고 기왕이면 제주에 교육받으러 간 기간을 이용해 관광도 할 수 있도록 휴양시설도 있어야 하는 만큼 2만~3만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세청기술연구소 “직원들 사기 좋지 않다. 주택과 교육, 맞벌이 부부 문제가 관건”
조성오 총무과장은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이전 소식을 들게 돼 솔직히 현재 직원들의 사기는 좋지 않다"면서 "특히 다른 기관들은 인사교류가 되나 우리는 연구직으로 제주로 내려간다면 그 곳에 평생 살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조 과장은 "우리 연구소의 특성상 전국 술공장의 주류를 분석하기 위해 샘플을 수거하는데 앞으로는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비용부담이 우려된다"며 기관운영비 문제를 걱정했다.
그는 또 "50대 공무원들은 제주에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20대나 30대 맞벌이 부부들은 특히 자녀교육 문제로 이중살림을 차릴 수 도 있다"면서 연구소 이전에 따른 편익시설, 주택 확보, 맞벌이 부부 문제 해결 등을 과제로 제기했다.
# 국세종합상담센터 “잘 대해줬으면 좋겠다. 인센티브를 제시해 달라”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청기술연구소와 함께 국세청 산하기관인 국세종합상담센터측은 "앞으로 우리가 제주에 내려간다면 잘 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석 지원팀장은 "구체적인 일정이 내려온 게 아니고, 또 언제 내려가야 할지 결정 안 된 상태라 뭐라고 이야 하기가 좀 그렇지만 일부는 희망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김 지원팀장은 "우리는 예전에 각 세무서별로 흩어져 있던 상담기구를 통합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전문적인 세무상담을 벌이는 기관"이라면서 "평균 세무경력 15년가량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이들 인력이 대부분 서울세무서에서 차출되는 실정인데 앞으로 이들이 제주로 차출할 때 제대로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서울에서 가는 만큼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주어줘야 한다"며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은 못 간다고 하더라도 초중등 학부모는 갈 수 있는 만큼 주택과 교육문제에 대한 유인책을 제주도에서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또 우리가 들어설 곳이 제주시내인지, 서귀포인지, 아니면 남군인지도 분명히 밝혀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제주가 싫은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이전원칙이 문제이다”
제주로 옮기게 될 기관 중 유일하게 노조가 있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정내훈 노조위원장은 "제주가 좋다 나쁘다는 수준 낮은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한 후 "정부가 기능군으로 분류된 기관이 아닌 우리처럼 기타 기관은 지역연고성과 업무효율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 같은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가 제주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아니나 솔직히 말하자만 우리 업무의 62%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제주와는 좀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라며 "고객서비스와 6조원이 넘는 자산운용 문제, 그리고 정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이는 제주가 싫다는 것은 아니며 정부의 원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우리는 원칙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에 찬성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일단은 정부의 후속조치를 지켜봐야 하겠다"고 말을 꺼낸 후 "제주에 간다고 했을 대는 우선 교육과 주택문제가 뒷받침 될 수 있는 여건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해 타 기관들처럼 교육과 주택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들었다.
정 위원장은 또 "아무래도 제주에 가게 된다면 항공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데 이 문제도 난재이며, 또 본사가 제주에 있다면 전국의 있는 우수인력을 채용하는데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해소되고 또 제주본사 인력과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에 순환근무 할 수 있는 체제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문화진흥원 “현재 생활포기에 따른 주거 교육문제 반대급부 있어야”
엄리영 과장은 "우리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 1위가 제주, 2위가 춘천으로 나와 제주도를 1순위로 지원했으나 막상 정부가 이전지역을 발표하자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엄 과장은 "진흥원은 국가정보화 지원사업과 지식정보화 사업 등 사업대상이 전국에 깔려 있어 제주에 이전한 후 제주와 다른 지방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면서 "우리와 거래를 하는 관련업체와 대상기관들의 물류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엄 과장은 이어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현재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주거와 교육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에 따른 반대급부가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기상연구소 “왜 우리가 가느냐, 부지확보 후생복지 약속 지켜 달라”
김승태 공보관은 "발표 직후 직원 대부분이 '왜 우리가 제주로 가야 하느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면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처럼 큰 기관도 있지만 우리는 기상청 산하기관으로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김 공보관은 "제주이전에 대한 걱정은 연구소 부지확보 문제, 생활근거지 변경으로 인한 후생복지 문제, 기상연구 인력 충원문제"라면서 "제주도의 약속대로 부지확보와 후생복지 문제는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제주도와 사전에 모종의 약속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 국제교류재단 “제주이전 규모는 20% 미만, 서울에 별도 사무소 둬야”
한국국제교류재단 임철우 홍보관은 "제주도에서 우리를 원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솔직히 제주도로 이전하게 될 줄은 생각 못했다"고 당황해 했다.
임 홍보관은 "직원은 60여명 밖에 안 돼 이전효과는 크지 않을 뿐더러 우리의 역할이 국제교류와 해외에 한국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설령 제주도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중은 전체의 20% 미만으로 나머지는 서울에서 별도의 사무소를 운영해야 한다"며 제주이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 홍보관은 이어 "우리 재단이 제주도에 있다고 해서 외국인이나 재외동포가 제주도에 들리지는 않아 제주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면서 "제주도가 우리기관 유치는 원해서 다른 기관을 놓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는 웬만한 공공기관의 부서만큼도 안된다"고 말해 제주이전의 효과를 축소하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 재외동포재단 “업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해 달라. 정부방침은 따라야 한다”
김 이사는 "우리는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의 정체성을 도와주는 기관으로 제주도로 옮겼을 때 재외동포 연락과 방문이 지금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나 유불리는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제주도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우리의 업무가 잘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일단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