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전 공공기관 '당혹감'속에 한 가닥 기대감
주택·교육·교통비·우수 직원 채용문제 등이 '관건'

   
"솔직히 당혹스럽다. 왜 하필이면 우리냐" "지금으로선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이 발표된 직후 제주이전 기관으로 지정된 기관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에서는 제주이전을 사전에 예측한 곳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또 9개 기관 중 공무원조직은 제주이전에 대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대부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인 반면, 정부투자기관과 법인기관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들 기관 모두는  "제주라고 해서 못 갈 곳은 아니다. 제주도민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 줬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표정도 엿보였다.

이들 기관은 제주이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역시 자녀 교육과 주택문제를 제기했다. 또 항공기 이용에 따른 교통비와 기관운영비 부담, 그리고 우수인력 채용 문제점을 우려해 제주도가 하루 빨리 정부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반면 9개 기관 중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제외하고는 노조가 없다는 점은 일단 이들 기관의 제주이전이 정부와 제주도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제주의 소리'는 정부발표 직후 제주이전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9개 기관 임원과 노조위원장과의 긴급전화 통화를 통해 직원들의 분위기와 우려하는 문제점, 제주에 바라는 사항 등을 종합 취재했다.

# 건설교통인재개발원 “당혹감은 없다. 따르겠다. 2만여평 부지가 필요하다”

▲ 건설교통인재개발원 김상균 원장
건설교통인재개발원(원장 김상균)은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주관한 건설교통부 직속 기관임을 의식한 듯 "제주로 이전된다고 해서 당혹감은 없다"고 속 시원히 말했다.

건설교통인재개발원 박근호 사무관은 "워낙 보안이 철저히 유지된 탓인지 우리가 건교부 직속기관이면서도 제주로 내려간다는 것은 방송을 본 후에야 알았다"면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니 만큼 일단 취지에 따르려고 노력하겠다"고 반응을 보였다.

박 사무관은 "우리 개발원은 건설과 교통분야 인재개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올해인 경우 연간 7500명이 교육을 받게 돼 제주에도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관은 이어 "현재 이곳(수원시)에 있는 개발원 면적이 연병장과 강의실, 기숙사 등을 포함해 1만3천평이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종 실험시설을 갖추려면 이 보다 더 큰 2만여평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세공무원교육원 “현재 느낌은 반반, 강사문제가 큰 걱정. 2~3만평 부지 필요”

▲ 국세공무원교육원 이재현 원장
국세공무원교육원(원장 이재현)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이재현 교육원장은 "제주도 이전한다는 원칙만 발표됐을 뿐 어떻게 추진될 지 드러난 게 아직 없는 상태에서 뭐라고 이야기 할 지 잘 모르겠다"면서 "제주도와 앞으로 협의를 거쳐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이 원장은 "솔직히 제주이전에 대해 현재의 느낌은 반반"이라면서 "교육환경이야 제주가 좋고 또 우리 교육원에서 교육받는 국세청 직원이 연간 1만여명으로 짧게는 평균 3주에서 길게는 6개월을 묵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그러나 강사초청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면서 "비용문제나 시간 때문에 좋은 강사를 제 때 불러올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어 제주에서 좋은 강사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제주이전에 따른 문제점도 이야기 했다.

그는 "현재 교육원 부지는 1만평이 조금 넘는 면적이나 운동장과 체육관, 강당, 기숙사 시설, 그리고 기왕이면 제주에 교육받으러 간 기간을 이용해 관광도 할 수 있도록 휴양시설도 있어야 하는 만큼 2만~3만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세청기술연구소 “직원들 사기 좋지 않다. 주택과 교육, 맞벌이 부부 문제가 관건”

▲ 국세청기술연구소 권상일 소장
국세청기술연구소(소장 권상일)는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조성오 총무과장은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이전 소식을 들게 돼 솔직히 현재 직원들의 사기는 좋지 않다"면서 "특히 다른 기관들은 인사교류가 되나 우리는 연구직으로 제주로 내려간다면 그 곳에 평생 살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조 과장은 "우리 연구소의 특성상 전국 술공장의 주류를 분석하기 위해 샘플을 수거하는데 앞으로는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비용부담이 우려된다"며 기관운영비 문제를 걱정했다.

그는 또 "50대 공무원들은 제주에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20대나 30대 맞벌이 부부들은 특히 자녀교육 문제로 이중살림을 차릴 수 도 있다"면서 연구소 이전에 따른 편익시설, 주택 확보, 맞벌이 부부 문제 해결 등을 과제로 제기했다.

# 국세종합상담센터 “잘 대해줬으면 좋겠다. 인센티브를 제시해 달라”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청기술연구소와 함께 국세청 산하기관인 국세종합상담센터측은 "앞으로 우리가 제주에 내려간다면 잘 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석 지원팀장은 "구체적인 일정이 내려온 게 아니고, 또 언제 내려가야 할지 결정 안 된 상태라 뭐라고 이야 하기가 좀 그렇지만 일부는 희망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김 지원팀장은 "우리는 예전에 각 세무서별로 흩어져 있던 상담기구를 통합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전문적인 세무상담을 벌이는 기관"이라면서 "평균 세무경력 15년가량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이들 인력이 대부분 서울세무서에서 차출되는 실정인데 앞으로 이들이 제주로 차출할 때 제대로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서울에서 가는 만큼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주어줘야 한다"며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은 못 간다고 하더라도 초중등 학부모는 갈 수 있는 만큼 주택과 교육문제에 대한 유인책을 제주도에서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또 우리가 들어설 곳이 제주시내인지, 서귀포인지, 아니면 남군인지도 분명히 밝혀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제주가 싫은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이전원칙이 문제이다”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정채융 이사장
제주이전 기관 중 가장 큰 기관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사장 정채융)은 이전원칙에 대한 원론적인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로 옮기게 될 기관 중 유일하게 노조가 있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정내훈 노조위원장은 "제주가 좋다 나쁘다는 수준 낮은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한 후 "정부가 기능군으로 분류된 기관이 아닌 우리처럼 기타 기관은 지역연고성과 업무효율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 같은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가 제주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아니나 솔직히 말하자만 우리 업무의 62%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제주와는 좀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라며 "고객서비스와 6조원이 넘는 자산운용 문제, 그리고 정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이는 제주가 싫다는 것은 아니며 정부의 원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우리는 원칙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에 찬성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일단은 정부의 후속조치를 지켜봐야 하겠다"고 말을 꺼낸 후 "제주에 간다고 했을 대는 우선 교육과 주택문제가 뒷받침 될 수 있는 여건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해 타 기관들처럼 교육과 주택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들었다.

정 위원장은 또 "아무래도 제주에 가게 된다면 항공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데 이 문제도 난재이며, 또 본사가 제주에 있다면 전국의 있는 우수인력을 채용하는데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해소되고 또 제주본사 인력과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에 순환근무 할 수 있는 체제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문화진흥원 “현재 생활포기에 따른 주거 교육문제 반대급부 있어야”

▲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손연기 원장
제주이전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원장 손연기)이었다. 정보문화진흥원은 직원 설문조사에서 이전희망 지역 1순위로 제주를 택했다.

엄리영 과장은 "우리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 1위가 제주, 2위가 춘천으로 나와 제주도를 1순위로 지원했으나 막상 정부가 이전지역을 발표하자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엄 과장은 "진흥원은 국가정보화 지원사업과 지식정보화 사업 등 사업대상이 전국에 깔려 있어 제주에 이전한 후 제주와 다른 지방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면서 "우리와 거래를 하는 관련업체와 대상기관들의 물류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엄 과장은 이어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현재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주거와 교육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에 따른 반대급부가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기상연구소 “왜 우리가 가느냐, 부지확보 후생복지 약속 지켜 달라”

▲ 기상연구소 정효상 소장
애당초 제주로 이전돼 올 것으로 예상했던 기상연구소(소장 정효상)는 그러나 제주의 기대와는 달랐다.

김승태 공보관은 "발표 직후 직원 대부분이 '왜 우리가 제주로 가야 하느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면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처럼 큰 기관도 있지만 우리는 기상청 산하기관으로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김 공보관은 "제주이전에 대한 걱정은 연구소 부지확보 문제, 생활근거지 변경으로 인한 후생복지 문제, 기상연구 인력 충원문제"라면서 "제주도의 약속대로 부지확보와 후생복지 문제는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제주도와 사전에 모종의 약속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 국제교류재단 “제주이전 규모는 20% 미만, 서울에 별도 사무소 둬야” 

▲ 한국국제교류재단 권인혁 이사장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권인혁)과 재외동포 재단도 '이외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임철우 홍보관은 "제주도에서 우리를 원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솔직히 제주도로 이전하게 될 줄은 생각 못했다"고 당황해 했다.

임 홍보관은 "직원은 60여명 밖에 안 돼 이전효과는 크지 않을 뿐더러 우리의 역할이 국제교류와 해외에 한국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설령 제주도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중은 전체의 20% 미만으로 나머지는 서울에서 별도의 사무소를 운영해야 한다"며 제주이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 홍보관은 이어 "우리 재단이 제주도에 있다고 해서 외국인이나 재외동포가 제주도에 들리지는 않아 제주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면서 "제주도가 우리기관 유치는 원해서 다른 기관을 놓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는 웬만한 공공기관의 부서만큼도 안된다"고 말해 제주이전의 효과를 축소하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 재외동포재단 “업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해 달라. 정부방침은 따라야 한다”

▲ 재외동포재단 이광규 이사장
제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 김경근 기획이사도 "방송으로만 들었을 뿐 정부로부터 어떤 통보를 받은 사실은 없다"며 이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이사는 "우리는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의 정체성을 도와주는 기관으로 제주도로 옮겼을 때 재외동포 연락과 방문이 지금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나 유불리는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제주도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우리의 업무가 잘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일단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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