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학준의 우리는이어도로간다]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기업 '마을도서관 학습센터'

  청년에게 일자리는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두어 해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은 나날이 가슴 속으로 절절해온다. 하지만 다들 아다시피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에게, 그중에서도 사대나 교대를 나오거나 교육대학원 등 교직과정을 밟아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에게 학교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로또’나 다름없다. ‘선생님’을 바라는 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면 일자리가 없지만은 않다고도 하고 사실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도 않다. 학원강사, 방문학습지교사, 개인과외 등등이 ‘낮은’ 높이에서 학교교단에 설 수는 없으나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일자리일 터이다. 물론 그들은 나름대로의 보람과 긍지, 또는 유효한 생계수단으로서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두어 해 전부터 ‘사회적 기업’이 간간이 대중매체에 오르내리더니 작금에 이르러서는 지속되는 경제불황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만병통치약’이나 버금가는 것처럼, 어쩌면 과잉기대를 안고 요란스런 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실제로 사회적 기업이 그런 위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판단은 유보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인적 관심은 아마 초기부터였지 않은가 싶은데, 최근 들어 그 필요성을 좀 더 절실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교사 자리’를 갈망하는 사대 교대 교육대학원 교직과정 이수자들과 함께 해오면서 그들의 안타까움과 절망이 몸과 마음에 나날이 심각하게 젖어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오래전부터 책 혹은 책 읽기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근간이요, 개인적 사회적 경쟁력을 위한 가장 강력한 원천이라고 믿고 그런 방향에서 나름대로 애를 써온 나로서는, ‘사회적 기업’과 ‘책 읽기’를 연결시키게 된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문득 그 현실적인 연결고리로서 ‘마을도서관 학습센터’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마치 영감처럼 떠올랐다. 수년 전에 하원마을도서관을 중심으로 두어 해 동안 ‘마을도서관 문화예술학교’를 시도해서 절반의 성공을 경험했었는데, 이번에는 ‘마을도서관 학습센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뇌리를 친 것이다.

  ‘마을도서관 문화예술학교’는 마을도서관을 장으로 하여 마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주로 평일 야간이나 주말 또는 방학 중에 다양한 문화예술체험활동을 전개하는 교육활동이었다면, ‘마을도서관 학습센터’는 요컨대 마을도서관을 학습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 기본개념도는 이렇다. “사대나 교대를 나와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청년들이 모여 하나의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다. 마을도서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사업공간’을 확보한다. ‘독자적이면서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아이들의 학습활동을 돕는다. 평일에는 주로 독서와 교과학습을, 그리고 주말과 방학에는 체험학습과 프로젝트학습, 문화예술활동, 그리고 교육캠프와 교육여행을 실행한다. 단, 학부모들은 수혜자로서 ‘교육비’를 일부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한다. 이런 마을도서관 학습센터는 농어촌이나 도시 ‘변두리’ 저소득층 거주지역을 우선한다.”

  사회적 기업 홈페이지http://www.socialenterprise.go.kr에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서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으로, 좋은 일 하면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을도서관학습센터’는, 고학력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농어촌이나 도시 저소득층의 아이들에게 학력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사회적 기업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관건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유익한 성과를 실현할 수 있는가 여부일 터이다. 기본적인 급여는 한시적으로나마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보증한다치고 이제 남은 것은,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학습 효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도서관학습센터’가 다른 사교육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은 그곳의 아이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에 달려 있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핵심이다. 교육공간이 영원한 참교육의 샘, 도서관이지 않은가? ‘독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창조적 변주...미래사회를 위한 가장 강력한 생존전략, 창의성과 상상력은 독서를 도외시하고 가능한 게 아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의 주장이다.

  ‘사회적 기업’은 법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재정지원과 경영지원이 보장되고 있다. 최소한의 인건비(4대 보험 포함)와 사업개발비, 그리고 경영컨설팅이 그것이다. 지원이 한시적(인증 후 최대한 3년)이기 때문에 그 이후의 ‘생존가능성’은 물론 그들 사회적 기업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것은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3년을 인큐베이팅 기간이라 치고, 지원을 받는 만큼 낮춰질 수 있는 수혜자 부담분을 잉여로 삼아, 그 동안에 이후의 ‘벌거벗은 경쟁’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 그 부분은 ‘마을도서관학습센터’라는 사회적 기업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의 몫이 아니겠는가? 그게 가능하다면 생존할 것이요, 불가능하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 자신의 일자리도,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사라져 갈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급여의 높낮이를 떠나서 ‘의미 있는 일자리’의 기회 그 자체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이전 정부에서 이미 알게 모르게 전개되어온 ‘신자유주의’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보다 노골적으로 교육마저 ‘시장’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저런 주장과 견해들이 있긴 하지만 ‘교육’이야말로 저소득층의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다리이다. 그런데 특목고다 자사고다, 입학사정관제다, 로스쿨이다, 특채다 하여 그 유일한 ‘사다리’가 거두어들여지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요란한 작금이다. 바야흐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그것은 바로 교육적 양극화

▲ 김학준 이어도교육문화센터 이사장 ⓒ제주의소리
로 전화되고 있는 게 현실인데, 더욱 나쁘게도 그런 상황은 대를 이어 물려지면서 보다 더 확고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제대로 준비만 할 수 있다면, 본격적으로 교육의 근간인 ‘독서’를 활용할 수 있는 ‘마을도서관학습센터’는 청년일자리와 함께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고 궁극적으로 우리 미래를 살려내는 길들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허황된 건가?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향상을 돕고 자신들의 의미있는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려는 청년층의 참여를 바라는 것은 가망없는 희망일까? “게메 예. 거 되카 마씸?” 이게 거의 늘상 들어온 반응이다. 이번만은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란다. “해보게 마씀!”  

참고할 만한 자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f079&page=&page=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181756085&code=210100&s_code=af07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181752065&code=210100&s_code=af07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0111819011&code=210100&s_code=af07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8091743385&code=210000&s_code=af07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8091747085&code=210000&s_code=af079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50357.html

/ 사단법인 이어도교육문화센터 이사장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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