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인 허영선 첫 그림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출간

▲ 그림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제주의소리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세계자연유산의 섬, 제주도를 그린 아름다운 그림책 하나가 출간됐다.

제주시인 허영선의 첫 번째 그림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파란자전거)'다.

이 책은 아름다운 섬을 아름답게만 담지 않는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고향을 끔찍히 사랑하는 허 작가는 아름다운 제주도와 어우러져 사는 제주인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 안에는 제주4.3과 같은 아픈 역사도 들어있다.

책은  28쪽에 걸쳐 오름, 오백장군석, 용암동굴, 곶자왈, 돌문화공원, 신화, 관덕정, 올레, 해녀, 제주4.3, 폭낭(제주어로 폭나무), 주상절리대, 송악산과 마라도, 세계자연유산을 각각 한 면에 보여준다.

그림은 수채화와 색연필을 섞어 써 따스하지만 과장없이 소박하게 그려져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승복씨가 그렸다.

거기에 허영선 작가가 정이 듬뿍 담긴 말투로 제주도에 말을 걸거나,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올록볼록 참 많이도 배가 불렀구나. 한라산 치맛자락에 올망졸망 매달린 아기 오름들이 배시시 눈을 뜨는 새벽이란다”

“한라산은 제주도, 제주도는 한라산. 우뚝우뚝 선 오백장군님 호위 받으며 올라가야지”

▲ 그림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허 작가는 제주인의 삶, 역사도 부담스럽지 않게 그림책에 안착시킨다.

“일본 순사들 우쭐대며 이리 번쩍 저리 번쩍 나타나던 시절 / 비창이랑 호미 들고 물안경 질끈 이마에 쓴 해녀들. / ‘으쌰으쌰! 저울눈 속이지 마라!’ / 그날의 소리가 쟁쟁 들리지 않니?”

그림과 글을 그리고 쓴 이는 다른데,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그대로 작품이 된 장면도 눈길을 끈다.

커다란 팽나무 가지가 소금 바람 맞아 한방향으로 휘어진 밑에, 등 굽은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간다.

허 작가는 여기에 “제주 말로 ‘폭낭’이라지. / 짭조름한 소금 바람 먹고도 단단하기만 한 제주섬 같은 나무, / 사각사각 바람의 말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바람의 나무 말이지”라고 적는다.

▲ 제주시인 허영선. ⓒ제주의소리
이 책은 완결된 이야기를 갖고 있진 않지만 제주인들이 품고 있는 ‘정서’를 발견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도서출판 파란자전거의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시리즈의 하나로 출판됐다.

허영선 시인은 제주지역 일간지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을 지냈고, 이후 <제주4.3>, <섬, 기억의 바람>, <뿌리의 노래> 등 제주의 역사와 뿌리를 찾는 책들을 내 왔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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