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송미영 주무관

가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혼자 가슴이 먹먹해지고 평소에는 아무 일도 아니던 일이 버겁게 느껴지며 혼자라는 외로움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일... 하늘이 나한테만 가혹한 것 같다는 생각, 세상이 나를 두고 빙빙 돌아가고 있는 느낌...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 순간에는 오로지 나에게만 주어진 시련처럼 조그마한 틀 안에 나를 가둬놓고 헤어 나오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으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뚝뚝 흐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누군가에게 나의 긍정의 에너지가 당신 곁에 참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참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년 1월, 공무원 합격의 기쁨을 누려볼 틈도 없이 갑작스런 발령과 함께 나의 공직생활이 시작되었다. 플레어스커트 차림의 나를 보며 쌀 한 포대는 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한숨을 쉬었다는 사무실 언니의 말...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업무의 성격, 업무량 둥 으로 치마가 바지로 하이힐이 통굽슬리퍼로 바뀌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 종일 전화민원, 방문민원을 상대하느라 함께 일하는 언니와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했다. 그저 민원인에게 하지 못한 화풀이를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릴 때, 억지 부리고 소리만 지르다 가는 민원인을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애꿎은 키보드만 부서져라 두드려 댈 때... 그 때마다 한번씩 눈이 마주쳤고 힘내라는 언니의 눈웃음만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자 용기가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2006. 7. 1 제주의 새 역사를 만들어갈 특별자치도가 출범하였고, 나는 평생을 아끼고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민원부서에 속해있던 복지업무가 독립되어 하나의 부서가 새로 만들어졌고 덕분에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특별자치도가 내게 준 선물이라 부른다.

참 좋은 인연. 마음이 통하여 함께 있으면 기쁨과 행복이 넘쳐나는 참 좋은 사람들. 바쁘고 힘든 업무 속에서도 나보다는 상대를 더 많이 배려하고 일터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 준 고마운 사람, 아무리 아닌 척 웃어보아도 내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퇴근하는 길에 힘내라는 문자를 보내주는 사람, 민원인이 의자를 던져 난장판이 되었을 때 한걸음에 청심환을 사들고 우리 집으로 찾아와 나를 달래주었던 사람, 나에게 조금 더 넓은 시야와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갖게 해준 사람, 그리고 누가 뭐래도 항상 내편이 되어주고 나 역시 항상 당신 편이고 싶게 해준, 나에게 있어 참 좋은 사람, 사람들.
 
지금도 나는 좋은 인연을 유지해 나가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에 감사하고 있다. 때로는 엄마, 아빠보다 더 내 고민을 잘 이해해주고 나의 실수도 따뜻하게 품어 안아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내가 만든 상대적 빈곤감에 괴로워하

   
며 말과 웃음을 잃었을 때가 있었다. 잠도 못자고 새벽까지 TV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당신이 힘들다고 느끼는 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넘쳐서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에게 받아 넘치는 긍정의 힘을 나눠주지 못하고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틀에 박혀 있으니 혼자 힘들 수밖에...

앞으로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함에 있어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좋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워 내가 가진 긍정의 에너지를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 내 이웃에게 나누어 나가리라 다짐한다.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송미영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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