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귀포시 성산읍 양성부 주무관

늘 중요한 일을 치르고 나면 나에게 되묻게 된다. 그 일에 대해 최선을 다했느냐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늘 최선을 다한 기억은 없다. 지나고 나면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지고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남는다. 하지만,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과거의 잘못한 일을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고쳐나가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할 경우 전보다는 잘하리라는 다짐이다.

이처럼, 매년 12월이 되면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나의 기억의 한계로 지나온 일들을 모두 기억해내지는 못하고 그 중 몇몇 사건을 중심으로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그 당시 장면들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반성도 해본다. 그 때 도움을 받았던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당시에 큰 고통을 안겨주었던 일은 아픈 기억으로만 남게 되며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던 일은 단지 좋았던 추억으로 남게 된다. 기억에 남은 모든 사건들이 그 순간에는 중요한 일들로 여겨지지만 시나브로 지나고 나면 어떤 일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며 내 기억을 의심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본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건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 두고두고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기도 한다.

2년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성산읍에서 세무관련 업무를 하면서 복지분야처럼 지역주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드리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지역주민과의 접촉은 부과된 세금에 대하여 설명드리며 납부를 부탁드리거나 체납된 세금에 대한 납부를 독촉하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이는 지역주민에게 도움을 드리기보다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의무만 강요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익을 가로채는 것처럼 여겨진다.

본인조차도 세금납부는 당연히 지켜야하는 의무이지만 어쩐지 손해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금은 전기요금이나 통신요금처럼 직접적인 이익에 대한 대가가 아니며, 내가 내는 세금이 나만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위해 쓰인다는 생각에 상대적인 상실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렇다보니 재무부서에 근무하면 자연히 지역주민들에게 나쁜 기억만 심어주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듯이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고, 어느 한 사람이 손해를 봐야만 다른 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자기만족을 느끼게 해줌으로 물질적으로는 조그마한 손해가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더 큰 이익이 생겨난다. 세금납부가 지금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는 못 하지만 지역발전 및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며 결과적으로는 서로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큰 힘이 된다고 여겨진다.

세금 납부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도 있으리라 여

   
겨진다. 하지만, 이는 더 많은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공정한 세무행정을 펼쳐나가기 위한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12월에 섭섭한 감정은 툴툴 털어내고 좋았던 기억만을 가슴에 담고 새해를 맞이하기를 소망해봅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지역주민들에게 불편함을 드리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도움만을 드리는 세정업무를 하도록 최선의 노력하겠습니다. 올 한해 도움을 주신 지역주민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더불어 금년도 마지막으로 부과되는 제2기분 자동차세 납부에 한번 더 지역주민들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양성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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