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40) 토산1리 거슨새미와 단새미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거슨새미. ⓒ양영자

거슨새미는 ‘한라산을 향해 거슬러 흐른다’는 의미이며, 노(아래아)단새미는 ‘순리대로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의미이다. 이들 물에는 고종달(호종단) 설화가 전해온다.

중국 송나라의 임금이 제주도의 지세가 왕후지지(王侯之地)임을 보고 두려워하여 고종달로 하여금 지맥과 수맥을 끊도록 하였다. 고종달은 종달리 포구로 들어와 그 마을의 수맥을 끊고 의귀를 거쳐 토산에 다다랐다. 거슨새미와 노단새미의 수신(水神)은 아가씨로 변하여 밭 가는 농부에 의탁해 몸을 숨겼다. 고종달은 고부랑낭 아래 헹기물이 있는 데까지 찾아갔으나 끝내 물을 찾지 못하고 지리서가 잘못되었다며 불태워 버린 후 떠났다. 또한 고종달이 물혈을 끊으려 할 때 농부가 건네준 헹기(놋그릇)에 물을 떠 마신 마을 처녀가 거슨새미와 노단새미로 뛰어들자 물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고종달이 떠나자 다시 샘솟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오래 전 마을사람들이 놋그릇 하나를 땅에 묻고 무덤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헹기무덤이라고도 한다.

고종달설화는 서귀포 지장새미, 제주시 헹기소, 안덕면 산방산 앞 용머리 등 제주도 전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는데, 땅과 물을 소중히 여겼던 민중의식의 산물로 보인다. 거슨새미는 하늘(한라산)로 거슬러 올라가는 샘이란 뜻이다. 망오름 자락에 3개의 물통을 가지고 있어 맨 웃통은 마을제를 하거나 당에 갈 때, 제사에 쓸 물을 길어가는 샘이다. 가운뎃통은 식수이다. 허벅을 아예 물통에 담가 물이 가득 차면 건져내 물팡에 올려놓고 지고 왔는데 물팡자리는 메워버려 지금은 흔적을 찾을 길 없다. 맨 아랫통은 담으로 쌓아 쉐물(소 물통)과 빨래통으로 이용했으나 지금은 매립되었다.

▲ 노단새미. ⓒ양영자

거슨새미는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봄이 되면 물이 소(아래아)랑소(아래아)랑 났다. 한때 신흥리, 가시리에서까지 물을 길러 와서 허벅이 길게 줄을 설 정도였으나 사람들이 먹지 않기 시작하면서 물의 수량은 급격히 줄었다. 또한 거슨새미 물을 이용하여 이 일대에서 벼농사를 지었는데, 현재 마을청년회
에서 논밭 했던 자리에 창포를 심어 유원지로 조성했다.

노단새미는 영천사 경내 바위 틈에서 솟아난다. 이 물은 토산1리의 주요 식수원으로 물통이 여럿 있었다. 수량이 풍부하여 토산리 뿐만 아니라 가시리, 세화리, 신흥리에서까지 와서 허벅으로 물을 길어다 먹었다. 조반 전에 한두 번은 길어 와야 아침밥을 해먹을 수 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하지만 마을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특혜가 없고 외방 사람들과 똑같이 ‘초(아래아)례백이(차례)’로 줄을 서야 했기 때문에 물 긷기에 참여하려면 첫 닭이 울기 전에 가야 했다. 물을 길러 갈 때는 아기 기저귀를 가져가서 빨고 오기도 했다. 지금도 물자리에서 물이 선명하게 솟아나고 있다. 현재도 마을제를 할 때는 노단새미에서 미리 물을 길어다 봉해 놓았다가 메를 짓고 감주를 빚는다.

마을사람들은 거슨새미로 가는 길을 ‘거슨새미질’, 노단새미로 가는 길을 ‘노단새미질’이라 한다. 농촌의 전형적이 고 호젓한 오솔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거슨새미질에서 노단새미질까지 이르는 밭들은 토질이 좋아서 귤 농사를 지어도 다른 밭에서 난 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달고 맛있다고 한다. / 양영자

*찾아가는 길 : 토산1리 마을회관 → 토산초등학교 방면 200m → 삼천도입구에서 500m → 거슨새미  400m 지점 영천사 내 노단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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