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로 지역 특성 독특하게 살려...완성도 높아

▲ 오승철 시인. ⓒ제주의소리
‘2010 중앙시조’ 대상에 제주 시인 오승철(53) 씨의 작품 ‘셔?’가 수상했다.

중앙시조대상은 등단 15년 이상 된 기성시인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시조 중에 최고의 한 편을 기려서 주는 상이다.

‘셔?’는 ‘안에 계세요?’가 단축돼 나타난 제주어다. 중앙시조는 제주어를 맛깔나게 사용한 것을 크게 평가했다.

심사 위원들은 “단순히 존칭 보조어간 하나로 제주도라는 지역의 정서적 특성을 아주 잘 살려냈다”며 “시적 발상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 역시 대단히 높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심사는 시조시인 유재영 박기섭씨와 평론가 장경렬 씨가 맡았다.

사실 오 시인은 그간 바람과 오름 등 제주의 자연을 노래해 왔다. 시 '셔?'에서도 시인은 장다리꽃 피어있는 어느 올레, 제주도 바람 가운데 서 있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이 바로 “셔?”란다.

오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내부의 고통을 분출한 적이 있는 오름에 올라 삼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지금까지의 틀을 깬 새로운 시, 제주도의 좁은 한계에서 벗어난 시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시인은 또 “’셔?’는 바람 거세 먹고 살기 힘든 제주에서 빨리 묻고 가던 길을 신속하게 가려다 보니 말이 점점 줄어든 말”이라고 설명했다.

오승철 시인은 1957년 제주 위미에서 출생해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개닦이>, <누구라 종일 홀리나>, <사고싶은 노을>을 냈으며 한국시조작품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에 근무중이다.

다음은 대상 수상작.

        "셔?"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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