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세계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저.

우리 지역에 새로운 도로가 생길 때 그것이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지역 시민의 생계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저녁 뉴스 시간에 떠들어대는 신기술의 개발이 우리를 직장에서 내모는 원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자연적인 과정이라고 외쳐대는 이 세상의 논리가 어쩌면 완전한 엉터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이러한 공동체와 생명권의 파괴를 가져오는 여러 가지 정책과 경제환경의 변화는 자연사적인 흐름이 아니라 인간의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조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경제 사회의 중립과 경제 정의를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국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업의 이윤추구논리에 복종하여 왔다. 기업에 여러 가지 형태로 지급하는 직접적인 기업 보조금은 엄청나다.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구축(인프라 구축,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댐의 건설 등)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의 정부 사업은 실은 거대기업들의 원료시장과 상품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해왔다고 그녀는 지적한다.

환경 문제는 대개 인류의 경제적 목적에 의해 행해진 개발의 산물이기에 경제 개발 정책의 기본적인 틀과 양상, 세계화의 흐름을 고찰함으로써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행해지는 많은 노력들은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을 이해할 때 더욱 의미 있게 될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허울뿐인 세계화』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가피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화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모순점을 지적해낸다. 현재 인류 사회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와 체제, 혹은 그것들이 나아가는 추세를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기에 비판적으로 현실을 바라보면서 그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화는 여러 문화와 체제가 공존하고 화합하는 긍정적인 것만으로 여겨지기 쉬운데, 그 내면을 살펴보면 그 본질은 큰 것을 중심으로 작은 것들을 삼켜버리는 획일화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작은 기업들을 합병하고 소농은 기업농에게 밀려 사라지고 있다. 농촌의 희생을 바탕으로 발달하는 도시들은 더욱 팽창하고, 고유 문화와 생태학적 배경에 근거해야 할 교육체계마저도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화는 결코 그 진행을 막거나 역전시킬 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이 북반구 선진 국가들의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 불과하며, 인류의 절반이 다른 경제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여 세계 경제가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즉 세계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풀뿌리 단체들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협력체를 제시한다.

저자소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Helena Norberg-Hodge) -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 일년의 반을 라다크에서 보내며 현대 산업사회의 토대를 비판적으로 검토고 있다.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 - 1991년 설립. 경제개발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적인 규모의 경제를 연구하는 단체.

*이글은 제주환경운동연합 소식지 '오름과 바당'에도 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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