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출장과 다른 일정으로 회의 불참
1시간20분 지연후 7분만에 끝난 해프닝

▲ 오후2시 시장 군수 회의가 시작됐으나 시장 군수는 한 명도 참석치 않았다. 왼쪽 빈자리가 김영훈 제주시장의 자리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법정분쟁과 관련한 도지사와 시장·군수, 시군의회 의장과의 연쇄 회동이 파행으로 흘렀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한 시장 군수가 주민투표 절차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과 주민투표 가처분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김태환 지사가 당초 예정에 없었던 시장·군수 군수회의와 시·군의회 의장단회의를 열어 재고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었으나 시장 군수와 시군의회 의장 대부분이 불참해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한 채 파행으로 진행됐다.

특히 시장 군수와 의장 대부분이 해외 출장 중이거나 사전에 이미 스케줄이 잡혀 있어 정상적인 회의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당국은 이날 회의를 강행해 스스로 언론에 '대립과 갈등'으로 비쳐지기 좋은 모습만 연출하는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줬다.

▲ 당초 회의시작 보다 1시간 20분이 지채된 이후 김 시장이 도착해 비로소 시장 군수회의가 시작됐다.
제주도가 이날 시장·군수회의(오후2시)와 시·군의장단회의(오후5시)를 열기로 하고 각 자치단체와 시군의회에 연락한 것은 이날 오전8시30분경.

그러나 강상주 시장은 지난달 26일 쿠바에서 열린는 유엔산하 UNEP의 '지속가능한 회의'에 참석키 위해 출국한 상태인데다 김영훈 시장도 오후2시부터 제주시민회관에서 개회되는 주민자치센터 발표회에 참석키로 예정돼 있었다. 또 강기권 남제주군수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어 정상적인 시장 군수회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또 송태효 제주시의장이 이날 서울출장중에 있으며, 지종환 서귀포시의회의장과 양행구 남제주군의회 의장역시 해외에 나가 있는 상태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일정이었다면 시장군수와 시군의회 의장단은 연기돼야 하는 게 당연한 일.
그러나 제주도는 이와 상관없이 회의를 갖기로 했고 오전11시쯤 언론에 이를 공개했다. 취재기자들은 강상주 시장만 해외출장인 사실을 알았을 뿐 다른 일정은 전혀 모른 상태에서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오후2시 직전부터 취재준비에 들어갔다.

▲ 김 지사는 언론을 의식한 듯 김 시장이 늦게 회의에 참석케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오후2시가 됐으나 서귀포시와 북제주군(권한대행), 남제주군에서는 부시장 부군수만 참석했고 김영훈 시장은 아예 보이지 않자 이곳 저곳에서 수군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제주도는 김영훈 시장과 강기권 군수의 스케줄을 공개했다.

김영훈 시장은 자치센터 발표회가 30분 늦게 시작되는 바람에 당초 약속했던 오후 2시에서 2시30분, 그리고 또 한 차례 연기 돼 3시20분에야 도청에 도착했다. 1시간 20분 동안 김태환 지사와 부시장 부군수는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 김 시장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청에 도착한 후 도지사실이 있는 2층 계단을 오르던 김영훈 시장은 지사실 앞에 대기중이던 취재기자들을 보자 갑자기 "기자들이 있다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뒤돌아 도청을 나가버렸다. 갑자기 황당해진 도 기획관이 김 시장을 뒤쫒아 가까스로 김 시장의 발길을 돌렸으나 도청 로비에서 2층에 있는 기자들과 얼굴을 마주친 김 시장은 또 다시 현관을 빠져나가 자신의 차를 타고 아예 도청을 떠나 버렸다.

김 시장을 기다리던 도 공무원과 취재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다시 5분여간이 흘렀다. 김 시장은 이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도청으로 들어 와 오래 동안 기다렸던 김 지사와 부시장 부군수 회의에 함께했다. 이 때가 오후3시37분이었다.

김 시장이 도착하자 시작된 도지사 시장군수 회의는 너무나도 짧게 단 7분만에 끝이 났다.

김태환 지사는 "행정계층구조개편 문제는 어차피 주민투표를 통해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도에서는 물론이고 행정자치부에서도 여러가지 법적 문제를 검토한 끝에 실시하기로 한 만큼 시군에서 검토하고 있는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가처분신청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자칫 그렇지 못한다면 도민사회의 갈등으로 인식되고, 이게 도외적으로도 어떻게 비쳐질지 상당 우려된다"면서 시군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 같은 주문에 김영훈 시장의 답변은 이외로 담담했다.

김 시장은 "강기권 군수와도 이미 이야기를 나눴으며, 강상주 시장은 출국에 앞서 모든 절차를 위임한 상태로 현재 서울에 있는 변호사와 헌법학자를 통해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면서 "강상주 시장이 7월1일(서귀포시청 확인결과 7월 4일) 돌아 온 후 본격적인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김 지사가 김 시장과 부시장 부군수에게 법쟁 문제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시장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1차 법적 검토보고서가 흘러나간 것"이라면서 "현재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가처분신청이) 가능하냐 하능하지 않느냐를 놓고 다시 검토에 들어가 조만간 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가 두 차례, 그리고 김 시장이 두 차례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후 시장군수회의는 7분만에 끝이 났다. 

▲ 이날 회는 단 7분만에 끝났다. 회의가 끝난 후 김 시장이 취재기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어 1시간 30분 후에 열린 시군의장과의 회의는 앞서 열린 시장군수회의보다 더 초라했다.

송태효 의장은 전국 시군의장단과 함께 국회방문을 위해 이날 오전 첫 비행기로 이미 서울에 가 있는 상태이며, 지종환 서귀포시의장과 양행구 남제주군의회 의장도 해외 출장중에 있어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특히 서귀포시의회와 남제주군의회는 의원 전체가 해외출장으로 아예 대리 참석자도 나오지 못했다.

결국 제주에 있는 이남희 북군의회 의장과 허성부 제주시의회 부의장만이 김태환 지사와 머리를 맞댔으나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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