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창작공연팀 '자파리연구소'의 일본 활약상

소리 소문 없이 일본을 휩쓸고 있는 제주 극단이 있다. 제주 창작공연팀인 ‘자파리연구소’다. 이들의 일본 활약상이 눈부시다. 극단 감독을 ‘사마(일본 극존칭)’라 부를 정도다. 대체 제주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처음엔 소박했다. 2006년 춘천의 한 인형극장에서 장기공연을 하고 있었다. 한 일본인 공연기획자가 우연히 공연을 봤다. 여기서 ‘사달’이 났다. 당시 무대에 오른 <섬 이야기>에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이 마음에 들뿐 아니라, 가족극을 벗어난 예술”이라며 이 공연기획자는 극찬했다. 바로 일본행이었다.

자파리연구소가 일본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07년 3월. 초청된 무대는 운 좋게도 일본에서도 권위있는 어린이 공연축제 ‘하키어린이 국제공연예술축제’였다. 이것을 계기로 매해 순회공연, 연극제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 자파리연구소 창작극 <오돌또기> 일본 공연 모습. 출처='Iida Puppet Fest'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햇수로 4년째다. 일본 큐슈지역 지부를 둘 정도가 됐다. 큐슈지부는 일본 현지인 5-6명이 함께 자파리연구소의 공연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표인 오경헌 씨는 “일본에선 일주일 주기로 생활비와 제작비뿐 아니라 차량도 제공된다. 일본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외국 공연팀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일본 연극문화의 중심지인 나고야에서 공연, 호응을 얻었고, 도쿄 쇼케이스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현재는 오사카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체 어떤 매력이 이들을 끄는 걸까. 자파리연구소의 작품 특징은 ‘제주 정서’에서 찾을 수 있다.

<섬 이야기>는 제주의 돌문화를 담고 있다. 현무암 인형을 소재로 제주인의 다사다난한 삶을 투영한다.

최근엔 <오돌또기>도 선보였다. 제주 전통 가옥인 초가집이 등장하는가 하면 해녀와 아이들이 나온다. 무대는 어느새 해녀의 자맥질로 바닷속이 된다.

일본 극단 쯔바메의 한 관계자는 자파리연구소의 <오돌또기>를 보고서 ‘한국 연극이 위험하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최근 수년 한국 인형극의 진전에 눈이 휘둥그래졌다”면서 “자파리연구소의 연극을 보고나서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내년 초에는 자파리연구소의 신작인 <꿈꾸는 아이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 자파리연구소의 공연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 일본 관객들. 출처='Iida Puppet Fest'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 <오돌또기> 배우들. 출처='Iida Puppet Fest'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일본 활약상은 제주와 ‘딴판’이다. 제주에선 '찬밥' 신세였다. 자파리연구소의 일방적인 구애에 가까웠다. 사실, 자파리연구소가 도외로 처음 진출한 것도 제주에서 ‘알아주지 않아서’였다. 관객의 호응을 먹고 살아야 하지만, 제주에선 ‘낙담’이 일쑤였다.

오경헌 대표은 “서울 대학로 무대에 처음 <섬 이야기>를 올렸을 땐 우리도 이 작품이 잘 만들어졌는지 어땠는지 몰랐다. 하지만 금새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대학로 연극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연극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오 대표는 “자파리 만의 연기, 연출 세계를 만들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파리연구소는 일본 진출에 자신감을 얻어 차츰 더 많은 곳에 제주 창작극을 소개하려 한다. 유럽투어 구상도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정작 제주 안에선 주목 받지 못한 제주 정서의 매력이 이들에겐 자신감이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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