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리조트 건설 주목적…난관 적지 않아

▲ 제프리 제이콥스 회장이 29일 김태환 지사를 방문, 카지노 리조트 프로젝트에 최대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제주도와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美 10대 재벌그룹 중 하나인 제이콥스 그룹의 제프리 제이콥스(Jeffery Jacobs) 회장이 29일 오전 김태환 지사를 만났다.

전날 김원기 국회의장과 제주출신 강창일·김우남·김재윤 의원 등을 만나 제주투자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제이콥스 회장은 김 지사와 면담 자리에서도 다소 설익은 투자계획을 설명하면서 "제주도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약속된다면 빠른 시일내에 투자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제이콥스 회장이 제안한 투자규모는 2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조원으로 만약 이게 성사된다면 국내 외자유치 사상 최대액수인 셈이다. 그러나 투자규모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규모란 점에서 아직 '이렇다'라고 말을 꺼내기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단계이다. 이날 만남이 첫 미팅인 수준이다.

잘못 말을 꺼내 놓았다가는 과거 수십차례 경험에서 보아 왔듯이 괜히 도민들에게 '장밋빛 환상'만 심어 놓은 후 수포로 돌아가는 우스운 꼴만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 당국도 제이콥스 회장단 방문에 대해 바짝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만 과거와 다른 것은 제프리 제이콥스가 600억 달러를 소유한 미 10대 재력가이이자 제프리투자사의 CEO로 분명한 실체가 있다는 점에서 그가 밝힌 사업내용이 무엇이고, 과연 실현성은 있는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 제프리 제이콥스 회장 ⓒ제주의소리
제이콥스 회장이 김 지사에게 밝힌 사업내용은 중국인을 겨냥한 대규모 카지노리조트 프로젝트였다. 

그는 제주도 및 한국정부와 외국인 카지노리조트와 관련한 협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우선 1단계로 3~4년에 걸쳐 5억달러를 투자해 카지노와 리조트호텔 시설을 짓고, 1단계 투자가 성공할 경우 투자 규모를 최고 20억 달러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최대 카지노 시장인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한 마카오를 염두에 둬 최대고객인 중국과 인접한 제주에 '제2의 마카오'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제이콥스 회장은 '20억달러'라는 외형에 걸맞게 그리 간단치 않은 요구사항들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카지노)프로젝트 운영 10년동안 각종 세금을 면제하고, 그 다음 20~30년 동안에는 자신들과 한국정부가 합의된 세율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제주도에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 경쟁대상이 될 수 있는 카지노업체 신규허가를 제한해 달라고 했다.

또 하루 30~40년의 항공기가 증편운항될 수 있도록 2008년까지 제주공항을 확장하고, 제주와 중국내 주요 도시간 항공노선을 신설할 수 있도록 한중 양 항공사가 협의를 지원해 달라는 점도 제시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부소유 토지를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금지하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정부의 관광마케팅 예산의 일정금액을 지원할 것도 요구했다.

제이콥스는 자신들이 앞으로 최고 20억달러까지 투자할 의향이 있는 만큼 제주에 카지노리조트의 독점권을 보장하고 세금과 토지확보, 마케팅비용, 그리고 한중 교통문제까지 사실상 자신들에게 '특혜' 또는 '메리트'를 달라는 것이다.

이 요구에 제주도가 권한을 갖고 답할 수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현행법으론 실행하기 힘든 요구들이다.

현행 법률은 관광호텔업과 종합휴양업, 수상관광호텔업 등에 미화 2천달러 이상을 투자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가 5년간은 100%, 2년간은 50% 감면하고 취득세와 등록세는 면제되며, 재산세는 7년간은 100%, 3년간은 50%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이콥스가 요구한 10년 세금 면제와 그 이후 20~30년간의 합의된 세율 적용은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독점적 카지노사업 허가도 지금의 법으로서는 5억달러 이상 투자할 경우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제이콥스 측은 당초 카지노 운영과 관련해 수익성 확보차원에서 내국인도 1년에 몇 차례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가 실무협의 차원에서 이 조항은 삭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토지를 적정가격에 제공해 달라는 문제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국공유재산 임대 또는 매각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

김태환 지사는 "이 모든 문제가 제주도 차원에서보다는 국가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면서 "어제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의장이 국가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만큼 제주도 차원에서 중앙정부에 강력한 지원을 요청해 투자가 반드시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는 제주도가 아닌 중앙정부가 어느 정도 이 사업의 확신을 갖고 국가차원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지가 외자유치의 열쇠로 30일 제프리 제이콥스 회장과 한덕수 경제부총리와의 면담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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