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 해군기지 예정지 강정마을서 '생명.평화 성탄절 미사'
강우일 주교 직접 집전…"외롭고, 짓밟히는 강정과 함께할 것"

▲ 천주교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25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 바닷가에서 '제주의 생명평화를 위한 성탄절 미사'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반대입장을 재천명했다. ⓒ제주의소리
눈보라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제주교구 주교가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며 외로이 싸우고 있는 강정마을을 위해 성탄절 미사를 열었다.

특히 강우일 주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정한 땅과 바다를 가진 강정에 누구를 위한 군사기지를 건설하느냐며 가톨릭이 강정마을과 함께 해군기지를 반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섬 특별위원회는 성탄절인 25일 오후 3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 중덕 해안에서 '제주 생명.평화를 지키기 위한 성탄절 미사'를 거행했다.

▲ 이날 천주교제주교구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제주해군기지 건설계획이 철회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날 미사에는 제주교구 수장인 강우일 주교가 직접 집전하고, 사제단과 수녀, 신도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또한 강동균 마을회장 등 주민들과 김재윤 국회의원, 오옥만 국민참여당 제주도당위원장,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참석했다.

강우일 주교는 미사에서 "눈보라와 추운 날씨에도 여기까지 오시느나 고생했다"며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1%, 제주에서 강정주민은 도민의 0.2%, 또한 대한민국 전체에서 5만분의 1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이곳 강정에 온나라에서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정한 땅과 바다를 가진 강정에 누구를 위한 군사기지를 건설하느냐"며 "보잘것 없는 마을주민들이 3년 8개월여간 너무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 누구보다 도민을 위해야 할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강정을 버렸다"고 일갈했다.

▲ 이날 성탄절 미사를 직접 집전하고 있는 강우일 주교 ⓒ제주의소리
강 주교는 "제주도와 도의회는 환경영향평가와 절대보전지역 변경도 제대로 하지 않고 생략하는 등 편법으로 일관하고 밀어붙였다"며 "주민을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법원마저도 외면해 강정 주민들은 아무데도 의지할 곳 없이 짓밟히고 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들 아무도 의지할 데가 없고, 무시당하고, 짓밟히믄 강정주민들에게 한가지 희망은 2000여년전 베들레헴에서 가난한 집 말 구유에서 초라한 보자기에 쌓인 채 태어나신 아기 예수의 탄생"이라며 "아기 예수야말로 어떤 권위나 가식도 없이 강정 주민의 처지와 슬픔을 이해하실 분"이라고 천주교가 강정마을과 끝까지 함께할 뜻을 밝혔다.

강 주교는 "연평도 포격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TV를 통해 군사훈련을 수십차례 반복하며 온국민에게 학습시켜 국민들은 무의적으로 전투요원이자 투사로 만드는 것 같다"며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연평도와 비슷한 사태가 터지면 즉시 전면적으로 응징하겠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 이날 성탄절 미사에는 눈보라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주민, 천주교 신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재윤 국회의원(민주당, 서귀포시)과 오옥만 국민참여당 제주도당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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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주교는 "전쟁이 터지면 말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지는 데 전방과 후방의 구분도 없고, 남녀노소도 없고,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도 없이 무차별 학살만 있을 뿐"이라며 "그런 비극을 연출하는 데 세상에 어떠한 명분도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현대식 무기, 우리와 군사동맹을 맺은 우방국도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지켜주지 못한다"며 "이 땅에 참평화를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군사기지가 첨단무기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미사가 마무리된 후 강동균 마을회장은 "저희들과 함께해 주시기 위해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미사를 해 주셔서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했다"며 "3년 8개월동안 강정마을은 피눈물을 흘려왔는데 앞으로 우리의 인권과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끝까지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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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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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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