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부 4명, 기독교 목사 2명, 시민사회 23명 등 업무방해 등 현행범 체포
50분만에 기자회견 참석자 모두 연행…"오늘부터 해군기지 공사 본격 시작"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이정훈 늘푸른교회 목사. ⓒ제주의소리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강정마을 주민 등 34명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섬 특별위원회,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모임,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9시40분부터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소송 1심 결과가 나오자 마자 해군이 본격적인 공사강행에 나서고 있다"며 "강정주민들은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법원에 제출한 상태인데도 해군측은 이번 판결을 승소로 기정사실화하면서 환영입장까지 밝혀가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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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부와 해군은 스스로 법 절차를 어기는 것은 물론 기회만 있으면 공권력을 내세워 기지건설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만일 기지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또한 이들은 "우근민 도지사는 해군기지 문제해결을 포함한 갈등해결과 도민대통합을 제일의 기치로 내세워 당선됐다"며 "하지만 그 이후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고, 심지어 도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의회 또한 더 이상 눈감지 말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해군기지 문제해결의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으로 도의회는 더 이상 수수방관으로 일관하지 말고, 날치기로 정당성을 잃은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 재심의를 비롯한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기자회견을 30여분 가까이 진행하자 곧바로 불법 집회라고 규정, 해산명령을 내렸다.

오인구 서귀포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10시7분께 "여러분은 불법 집회를 갖고 있다"며 "지금 즉시 해산하라"고 경고 방송을 했다. 이에 고유기 참여환경연대 정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인데 왜 경찰 멋대로 집회로 규정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고병수 신부. ⓒ제주의소리

오 과장은 10시18분께 다시 한번 경고 방송을 했고, 이 때부터 주변에 배치됐던 전의경 4개 중대를 투입하며 강정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경찰은 레미콘 차량 앞에 서 있던 민주노동당 현애자 도당위원장과 이경수 진보신당 제주도당 위원장, 한경례 전여농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또 연좌농성을 하던 고병수.현문권.현성훈.이찬홍 신부와 이정훈.송영섭 목사를 같은 혐의로 연행했다.

10시35분께에는 기자회견을 했던 홍기룡 집행위원장 등 20여명을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들 종교인과 정당 대표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현재 서귀포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이 해군기지 건설 공사현장을 막고 있던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연행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레미콘 차량이 현장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공사는 시작됐다.

해군과 대림산업.삼성물산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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